현재 리그 홈런 1위 박병호(KT 위즈)는 올 시즌 두 차례 있었던 슬럼프를 벗어난 비결로 김강(34) KT 메인 타격 코치와의 소통 효과를 꼽았다.
한창 타격감이 안 좋았던 4월 말에는 왼발(이동발)을 이전보다 빠르게 움직이는 변화를 줬다. 당시 박병호는 "다른 사람이 나보다 내 타격폼에 대해 잘 알진 못하지만, 공통으로 지적하는 부분은 뒤돌아봐야 할 것 같았다"며 변화를 준 배경을 전했다.
7월 2일 두산 베어스전 이후 10경기 연속 홈런을 추가하지 못했을 때도 김강 코치와 얘기를 나눴다. 전반기 막판 체력이 떨어졌고, 휴식을 취한 뒤 치른 한화 이글스와의 3연전(7월 22~24일)에서도 타이밍이 좋지 않았던 시기였다. 박병호는 "홈으로 돌아온 뒤 치른 키움 히어로즈와의 3연전(7월 26~28일)을 앞두고 타격 코치님과 얘기를 나눴고, 타격할 때 조금 더 빨리 (상대 투수의 공 배합을) 판단하고 준비하도록 바꿔봤다. 좋은 포인트를 알려줬고, 바로 수정했다"고 설명했다. 박병호는 키움 3연전에서 홈런 3개를 추가했다.
1988년생 김강 코치는 지난 2020년, 만 서른두 살로 메인 타격 코치에 올랐다. 이후 강백호, 배정대, 조용호 등 현재 KT 주전 선수들의 타격 성장을 이끌었다. 배정대는 "김강 코치님은 내 은인"이라고 말할 정도다. 김 코치보다 1년 선배인 황재균도 "신뢰가 가는 코치"라고 치켜세웠다.
이강철 KT 감독은 박병호와 김강 코치의 긴밀한 소통에 대해 "김(강) 코치가 (박)병호가 키움 소속 시절 타격 영상을 거의 섭렵한 것 같더라. (선수와 지도자 사이) 소통이라는 게 시작이 어렵지, 트이기만 하면 계속 이어지지 않나. 지금은 그런 단계인 것 같다"라고 했다.
김강 코치는 박병호가 강점인 장타력을 살릴 수 있도록, 꾸준히 그 당위성과 명분을 어필했다. 그런 이유로 2할대 초반 타율, 20홈런에 그쳤던 2020~2021시즌에 연연하는 건 독이 될 수 있다고 봤다. 시즌 초반에는 그저 뜬공을 만드는 타격을 주문했고, 박병호가 2020시즌 전에 보여준 타격 자세와 메커니즘 그리고 기록을 분석해 이를 기준으로 얘기를 나눴다.
김 코치는 "어떤 선수나 애버리지(타율)라는 결괏값에서 문제가 생기면 심리적으로 몰리게 마련이다. 나는 (박)병호 형이 장타를 잘 치던 시기에 잘됐던 타격에 대해 전했다. 많은 분이 병호 형이 지난 시즌과 비교해 달라진 점을 묻는데, 나는 변한 게 아니라 원래대로 돌아왔을 뿐이라고 생각한다"라고 설명했다.
지난주 키움 3연전을 앞두고 나눈 얘기도 더 좋은 타격을 위한 독려였다. 외야 어느 방향으로도 타구를 날릴 수 있는 박병호가 잠시 당겨치는 타격에 매몰됐다고 봤다. 김 코치는 훈련 과정에서 문제가 없다는 것을 '선수'에게 상기시키며 이전보다 조금 더 여유 있게 투수의 공에 대처하는 게 좋겠다는 의견을 전했다.
김강 코치는 지금도 10개 구단 메인 타격 코치 중 가장 어리다. 나이라는 꼬리표는 앞으로 몇 년 동안 떨어지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의 지도 철학은 한 파트를 책임지고 있는 지도자답게 다부지다. 김강 코치는 "선수마다 대화하는 시작점이 다르다. 누군가는 자존심이 강하고, 누군가는 스타 플레이어다. 그러나 프로필은 중요하지 않다. 선수 입장에서 '내게 이 코치가 필요하다'는 인식을 주는 게 중요하다. 어떤 타이밍에 소통할지 모르니, 나는 항상 그 선수에게 도움이 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내가 고민하고 있을 것을, 이 사람도 알고 있었구나'라는 생각을 선수가 가질 수 있어야, 신뢰도 쌓이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