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명품 매장처럼 직원 눈치를 볼 필요가 없습니다. 이곳에서는 QR코드를 찍어 가격 정보를 보는 것이 당연한 일이에요."
명품 플랫폼 발란이 최근 서울 여의도 IFC몰에 '커넥티드 스토어'를 열고 고객 접점 확대에 나섰다. 최첨단 IT 기술과 감각적인 인테리어, 글로벌에서 핫한 브랜드를 모아놓은 커넥티드 스토어는 개점 나흘 만에 4000명 이상이 방문할 정도로 관심을 받고 있다. 업계는 코로나19 풍토병화로 해외여행이 정상화하는 가운데 발란이 오프라인 매장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지 지켜보고 있다.
직원 눈치를 왜 봐?
지난 4일 오전 방문한 발란의 커넥티드 스토어 1호점. 근사한 인테리어에 홀려 매장 안으로 들어가다가 한 편에 진열된 명품 브랜드 샤넬의 코코핸들 스몰 백을 발견했다.
"이거 코핸 스몰이네요? 요즘 없어서 못산다던데, 한번 메봐도 되나요?"
손가락으로 가방을 가리키며 매장 직원에게 말하자 곧바로 흔쾌한 대답이 돌아왔다. "그럼요. 들어보실 수 있습니다."
건네받은 가방을 들고 전신 거울 앞에 섰다. 다양한 포즈로 셀카를 찍고, 가방을 여닫으면서 시간을 끌었지만 불편한 기색이나 경고하는 직원은 없었다. 혹여 먼지라도 앉을세라 하얀색 면장갑을 끼고 명품을 신줏단지 모시듯 여기는 직원 또한 보이지 않았다.
발란 커넥티드 스토어의 압권은 가방에 달린 QR코드였다. 스마트폰으로 코드를 찍자, 발란 앱으로 연결되면서 제품 정보와 재고, 후기, 가격 비교 등이 금세 올라왔다. 비단 샤넬 가방만의 일은 아니었다. 약 495.8㎡(약 150평) 규모의 매장 곳곳에 진열된 75개 브랜드 제품 500여점의 가격을 QR코드로 확인할 수 있었다. 백화점 명품 매장에서 그랬듯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이거 얼마에요?"라고 물어볼 필요가 없었다.
명품백 구경이 끝나자 그제야 커넥티드 스토어의 특별한 공간 배치가 눈에 들어왔다.
메종 발란·로고 매니아·트렌드 럭셔리·스포티앤리치 등 4개 존으로 구성된 커넥티드 스토어는 '숍인숍' 형태로 꾸며졌다.
메종 발란 존에서는 백화점 '오픈런'을 해야 볼 수 있는 샤넬·프라다·구찌·보테가베네타 등 하이 럭셔리 브랜드를 모두 만날 수 있다. 이어 로고 매니아 존에서는 특별한 한정판 상품을, 트렌드 럭셔리 존에서는 아미·메종키츠네 등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가 가장 선호하는 브랜드를 볼 수 있다. 스포티앤리치 존은 최근 인기 취미 스포츠로 떠오른 골프와 테니스를 즐기는 소비자를 위한 공간이다. 커넥티드 스토어에 있는 제품은 일부 위탁을 제외하고 대부분 직매입 방식이어서 백화점보다 5~20%가량 저렴하다는 설명이다.
조효준 커넥티드 스토어 점장은 "우리 매장에서는 청담동 편집숍이나 백화점에서 볼 수 있는 제품을 기다리지 않고 바로 볼 수 있다. 앱을 통해 매장 재고는 물론 신상까지 확인한 뒤 방문할 수 있어서 합리적인 쇼핑이 가능하다"며 "직원들도 고객의 자유로운 쇼핑을 위해 최소한의 개입만 한다"고 설명했다.
최첨단 기술, 특별한 인테리어
커넥티드 스토어는 최첨단 기술이 집약된 공간이다. 매장 중앙에 자리 잡은 '스마트 피팅룸'에는 고객의 발란 계정과 연동된 정보를 거울에 띄워주는 '스마트 미러' 기술이 국내 최초로 적용됐다. 피팅하던 고객은 선택한 상품의 사이즈나 제품을 변경하고 싶을 때, 미러에 표시된 화면에서 옵션을 변경하거나 직원을 호출하면 고객이 원하는 상품을 가져다준다. 발란은 앞으로 고객 정보와 체험한 상품을 기반으로 추천 상품을 제안하는 등 고객 맞춤형 스마트 미러 서비스도 연내 구현할 예정이다.
이밖에도 스마트 피팅룸 내부는 리조트 욕실 콘셉트로 인스타그램 등 소셜네트워크 활동에 적극적인 MZ세대를 위해 신경 썼다. 박요한 발란 경영실장은 "고객이 마치 해외로 여행을 온 듯한 느낌을 주기위해 인테리어도 이국적인 분위기로 꾸렸다"며 "오프라인 쇼핑의 단점은 과감하게 지우고, 온라인 쇼핑의 장점을 연계해 편리성과 효율을 모두 챙겼다"고 설명했다.
IFC몰은 증권·금융회사가 밀집한 여의도에 있어서 비교적 소득 수준이 높은 25~45세대 고객이 몰리는 몰로 꼽힌다. 조 점장은 "인근 핫플레이스로 떠오른 '더현대서울'에 방문했다가 커넥티드 스토어까지 방문하거나, 점심시간을 이용해 제품을 보러 오는 고객이 적지 않다"면서 "소비력은 있으나 시간이 없는 고객 및 부담 없이 명품을 살펴보려는 MZ세대 소비자 사이에 반응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최형록 발란 대표는 "요즘 고객들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구분 짓지 않고 경계 없이 쇼핑을 즐기는 추세"라면서 "커넥티드 스토어는 발란의 핵심가치인 다양한 상품과 낮은 가격, 빠른 배송을 체험하고 구매할 수 있는 쇼핑 경험 혁신의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발란 2호점 개장 여부는 확정되지 않았다. 그러나 발란 측은 2호점은 MZ세대를 위해 특화한 1호점과 달리 보다 폭넓은 소비자를 위해 열린 공간으로 꾸리겠다는 구상을 가진 것으로 알려진다.
발란은 올해 상반기 거래액은 작년 동기 대비 400% 오른 3812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연간 거래액(3150억원)과 대비해도 21% 증가한 수치다. 발란의 올해 목표는 연간 결제액 1조1000억원이다. 이는 지난해 글로벌 럭셔리 플랫폼 연간 거래액 기준 '파페치' '네타포르테'에 이어 3위에 해당하는 수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