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인지(28)가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한발짝 남겨두고 연장에서 아쉬움을 삼켰다. 하지만 마지막 라운드에서 뒷심을 보여주면서 긴 슬럼프에서는 완전히 벗어났음을 증명했다.
전인지는 8일(한국시간) 영국 스코틀랜드 이스트로디언의 뮤어필드(파71·6728야드)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AIG 여자오픈(총상금 730만 달러) 마지막 날 4라운드에서 버디 3개와 보기 2개로 1언더파 70타를 쳤다.
4라운드까지 전인지와 애슐리 부하이(남아공)가 나란히 합계 10언더파 274타를 기록, 공동 선두로 정규 라운드를 마쳤다. 최종 라운드를 부하이에 5타 뒤진 2위로 출발한 전인지가 부하이의 15번 홀(파4) 트리플보기를 틈 타 공동 1위 자리를 꿰찼다.
승부는 연장으로 이어졌고, 이날 가장 어려운 홀이었던 18번 홀(파4)에서 전인지와 부하이는 네 차례나 격돌했다. 첫 연장에서는 둘 다 파를 기록했다. 두 번째 연장에서는 나란히 보기를 했다. 3차 연장도 결과는 똑같이 파였다. 운명은 4차 연장에서 갈렸다. 전인지의 티샷이 오른쪽 벙커로 갔고, 세 번째 샷으로 공을 그린에 올렸다. 부하이 역시 세컨드 샷이 그린 오른쪽 벙커에 빠졌다. 그러나 부하이는 벙커 샷을 핀 50㎝에 붙여 살아났다. 이번 시즌 벙커세이브율 1위(68.5%) 다운 위기 관리였다. 부하이가 파 세이브를 해낸 반면, 전인지는 8m 파 퍼트를 놓쳐 승부가 마무리됐다.
전인지는 지난 6월 KPMG 여자 PGA 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면서 US여자오픈과 에비앙 챔피언십까지 세 개의 메이저 트로피를 모았다. 이번 대회에서 우승하면 네 개의 메이저 트로피를 차지하는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할 수 있었지만, 4차 연장 혈투 끝에 아쉬움을 삼켰다.
그러나 전인지는 2018년 KEB하나은행 챔피언십 이후 지독한 슬럼프에 빠져 오랜 기간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하다가 6월 메이저 타이틀을 거머쥐었고, 이번 대회에서도 준우승을 차지하며 완전하게 부활했음을 알렸다.
시부노 히나코(일본)가 전인지에 1타 뒤진 9언더파로 3위를 기록했다. 김아림이 4언더파 공동 13위, 김효주가 3언더파 공동 15위를 기록했다.
전인지는 경기 후 “아쉬움은 여기서 털고 내년, 내후년에 계속 커리어 그랜드슬램에 도전하겠다. 그랜드슬램이란 타이틀로 부담감이 있었다”고 인정했다. 그는 “마지막이 부족해서 아쉽긴 하지만, 아쉬운 것은 인터뷰장에서 털어내고 가고 싶다”며 “속상하고 힘들고 그만두고 싶을 때도 있었지만 그건 순간의 어리광이었다. 팬들이 이번 대회 연장전까지 보면서 가슴이 쫄깃했을 것 같은데 앞으로 그런 경기 더 많이 보여주고 우승으로 보답하고 싶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