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이 플랫폼 내 콘텐츠 다양화에 집중하고 있다. 기존 뱅킹 앱에 금융 서비스뿐만 아니라 웹소설이나 드라마, 음원 스트리밍에 라이브 커머스까지 콘텐츠 영역을 넓혀 소비자를 가둬두려는 전략이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앱을 활용한 콘텐츠 확대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가장 최근 금융을 소재로 한 로맨스 웹소설 '우리는 오해하는 사이'를 선보인 것이 대표적이다. KB국민은행은 24만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MZ세대 대상 경제 미디어 어피티와 손잡고 지난달 26일부터 웹소설 연재를 시작했다. 매주 화요일 Z세대를 위한 금융 플랫폼 '리브넥스트'에서 무료로 볼 수 있다.
이 웹소설은 평범한 열여덟 살 여주인공이 좋아하는 남학생의 경제적 비밀을 알게 되면서 한 번도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금융이라는 세계에 발을 내딛는 이야기이다.
리브넥스트의 광고모델인 걸그룹 에스파를 내세운 콘텐츠도 인기다. 지난달 19일 공개한 웹드라마 ‘광야로 걸어가’는 첫 회가 출시된 지 열흘 만에 100만 조회 수를 돌파했다.
하나은행은 지니뮤직과 손잡고 무료로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하나뮤직박스'를 지난달 내놨다. 모바일 앱 '하나원큐'에 로그인한 고객이라면 광고 없이 무료로 음악을 들을 수 있다.
특히 하나은행 거래가 없는 고객도 일반회원으로 가입해 무료로 음악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모바일 앱에 비거래 고객이 유입되는 것만으로도 유의미한 성과로 보고 있다고도 해석할 수 있다.
신한은행은 모바일 뱅킹앱 '신한 쏠(SOL)'을 기반으로 라이브 커머스 서비스를 최근 새 단장했다. 쏠 라이브는 신한 쏠에서 시청할 수 있는 온라인 라이브 커머스 서비스로 신한은행의 상품, 서비스 및 제휴사의 상품을 고객에게 소개하는 플랫폼이다.
특히 라이브 커머스 시간을 정례화했다. '퀴즈쇼, 도전 골든 쏠'은 둘째 주 수요일 낮 12시 30분에, '서툰 어른들을 위한 금융상식 토크쇼–쏠로 탈출'은 넷째 주 수요일 저녁 6시 10분에 정규 방송으로 편성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재미는 물론 금융 이외의 다양한 정보와 혜택을 드릴 수 있는 콘텐츠를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라이브 커머스를 가장 먼저 도전한 곳은 하나은행이다. '하나원큐' 앱에서 월 2회 라이브 커머스를 진행하고 격월로는 1회 외부 채널에서도 라이브 방송을 한다.
하나은행은 작년 7월부터 유튜브나 홈쇼핑 채널을 통해 라이브 커머스를 진행해 왔다. 롯데온, 현대몰 등을 통해 지금까지 10회에 걸쳐 금융상품을 소개했다.
반응이 좋았다. 지난 2월 현대몰을 통해 ‘에너지 챌린지’를 소개하는 방송을 했을 때 신규 가입 건수는 방송 전보다 1만4855% 증가했다. 3월 NS몰에서 하나원큐의 환전 지갑을 안내하는 방송을 했을 때는 하나원큐를 통해 환전을 완료한 건수가 방송 전 대비 403% 늘었다.
시중은행이 플랫폼에 콘텐츠를 다각화하는 이유는 이용자를 붙잡아두기 위해서다. 금융권에서는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가 충성 고객 확보 가능성과 비례한다고 판단한다. 한번 고객이 되면 장기 고객으로 발전하는 경향이 있는 금융업 특성상 MAU 확대가 중요하다는 얘기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백화점이 고객 동선을 최대한 길게 붙잡으려는 것과 동일하다"며 "비대면으로 상품 가입이 점차 늘어나는 상황에서 플랫폼에 고객이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수익과 연관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