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성(26·삼성 라이온즈)은 지난해 마무리 훈련부터 배트 길이를 줄였다. 프로 데뷔 후 줄곧 사용한 33.5인치(85.09㎝)가 아닌 33인치(83.82㎝) 배트를 들었다. 그뿐만 아니라 노브(배트 끝에 달린 둥근 손잡이) 위를 걸쳐서 잡던 기존 방법을 버리고 반 뼘 정도 배트를 짧게 잡았다. 배트를 짧게 잡으면 원심력이 줄어 장타 생산에 불리할 수 있다. 대신 콘택트 능력을 극대화할 수 있다.
김재성이 포커스를 맞춘 것도 '정확도'였다. 2021시즌 타율이 0.138(65타수 9안타)에 불과했다. 2015년 1차 지명으로 LG 트윈스 유니폼을 입은 뒤 가장 많은 출전 기회를 잡았지만, 존재감이 미미했다. 2군에서 불붙던 타격감이 1군만 올라가면 차갑게 식었다. 지난해 6월 22일 인천 SSG 랜더스전에선 4타수 무안타 4삼진을 기록하기도 했다.
김재성은 "매일 타석에 들어서는 (주전급) 선수가 아니어서 경기 감각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 보니 타석에서 반응이 느렸다"며 "어떻게 하면 (빠른 공에) 대처할 수 있을까 생각하다가 변화를 줬다. 살아남기 위해서 그렇게 했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김재성은 지난해 12월 외야수 박해민의 FA(자유계약선수) 보상선수로 삼성 유니폼을 입었다. 새로운 환경과 동료에 적응하느라 정신없었지만 LG에서 수립한 계획을 차근차근 실행에 옮겼다. 스프링캠프 내내 손에서 33인치 배트를 놓지 않고 감각을 익혔다. 무게(870~880g)는 달리하지 않으면서 길이를 0.5인치(1.27㎝) 줄인 배트와 새로운 그립에 맞춰 훈련했다. 그러면서 타격 시 앞으로 약간 쏠렸던 무게 중심도 뒤로 조정했다.
효과는 만점이다. 김재성은 9일까지 40경기에 출전, 타율 0.360(111타수 40안타)을 기록했다. 최소 100타석 이상 소화한 리그 123명의 타자 중 타율 1위. 출루율은 0.417로 문성주(LG 트윈스·0.450)와 이정후(키움 히어로즈·0.424)에 이은 3위다. 유인구를 커트하거나 골라내면서 실투를 유도한다. 지난해 3.58개였던 타석당 투구 수가 3.98개로 늘었다. 장타 욕심을 버리고 콘택트에 집중한 효과가 기대대로 나타나고 있다.
김재성은 "(배트를 짧게 잡고) 타격할 때 무게 중심을 뒤쪽에 두니까 히팅 포인트에 조금 여유가 생기더라. 2스트라이크 이후에도 (원하는 공이 아니더라도) 커트가 된다"며 "지난해 헛스윙 비율이 높았던 거 같아서 올해는 공을 더 길게 보려고 노력 중이다. 이게 타석에서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후반기만 보더라도 12경기 타율이 0.429(35타수 15안타)로 부침이 거의 없다.
출전 기회는 여전히 일정하지 않다. 하지만 우왕좌왕했던 지난해보다 훨씬 더 꾸준하게 경기 감각을 유지하고 있다. 백업 포수임에도 불구하고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기여도)이 1.01로 최재훈(한화 이글스·0.56) 이재원(SSG·0.04)을 비롯한 다른 팀 주전 포수와 비교해도 밀리지 않는다. 콘택트를 향상하려고 한 선택이 '선수 김재성'의 가치를 끌어올리는 신의 한 수가 됐다.
그는 "어렸을 때 너무 잘하려고만 하다가 실패한 적이 많았다. 삼성에 와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는데 잘 안 되더라. 너무 잘하고 싶었다"며 "시범경기 결과(13타수 1안타)가 좋지 않아 위축됐는데 코치님들이 많은 도움을 주셨다. (4월 중순부터 5월 말까지) 2군에서 한 번 자신을 돌아보고 왔던 것도 좋은 결과를 만드는 데 힘이 됐다"고 감사함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