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웨어업계가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옷 한 벌에 200만원대에 달하는 초고가 브랜드를 신규 론칭하고, 테니스는 물론 골프를 칠 때도 입을 수 있는 '하이브리드' 버전까지 선보이고 있다. 한국이 글로벌에서 골프웨어를 가장 적극적으로 사들이는 '큰손'으로 떠오르면서 골프를 통해 매출을 일으키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백화점그룹 계열 패션기업 한섬은 프랑스 명품 브랜드 '랑방'과 손잡고 럭셔리 골프웨어 브랜드 '랑방블랑'을 출시한다고 최근 밝혔다. 랑방이라는 명품 브랜드의 이름을 덧쓴 랑방블랑의 가장 큰 특징은 가격이다. 한섬은 랑방블랑의 가격대를 아우터 49만원~200만원, 상의 23만원~89만원대로 잡았다. 200만원대 아우터는 럭셔리 브랜드 '버버리'나 '몽클레어' 등과 비슷한 수준이다.
그동안 골프웨어 전문 브랜드를 론칭한 적이 없는 한섬은 랑방블랑의 핵심 타깃은 20·40 여성으로 잡았다. 한섬 측은 "최근 골프 인구 가운데 젊은 여성 비중이 빠르게 늘고 있다"며 "랑방블랑은 럭셔리 골프웨어의 정수를 보여주는 확연한 추구 가치를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섬만의 일은 아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지난 4월 초고가 럭셔리 골프웨어 브랜드 '필립플레인 골프'를 선보였다. 필립플레인은 디자이너 필립플레인이 2004년 론칭한 스위스 명품 브랜드다. 매 시즌 밀라노 패션위크에서 컬렉션을 발표하며 전 세계 패션 트렌드를 선도하고 있다.
필립플레인 골프는 최고급 소재를 사용했는데, 가격대가 피케 티셔츠 35만~70만원대, 아우터 65만~90만원대, 클럽백 180만~200만원대에 달한다.
초고가 브랜드가 백화점 골프웨어를 점령한 가운데 실용성을 겸비한 하이브리드 골프웨어도 인기다. '힐크릭'은 이번 여름을 겨냥해 선보인 리버스 라인에서 골프는 물론 테니스까지 두루 할 수 있는 웨어를 선보였다. 피케 티셔츠와 주름이 매력인 플리츠 스커트로 필드나 코트 어디에서도 어색하지 않고 편안하다는 설명이다. 치마는 속바지가 내장돼 활동적인 플레이에도 안심할 수 있다.
코오롱인더스트리 FnC 부문(코오롱FnC)도 지난 4월 '럭키슈에뜨'의 럭키 데 스포츠 라인을 출시하면서 골프와 테니스, 여행 등 아웃도어 활동이 두루 가능한 신제품을 내놨다. 기능성 소재로 방수, UV 차단이 되고 스트레치 원단을 사용해 활동성을 겸했다. 힐크릭 관계자는 "MZ세대는 실용성과 개성을 중시하는 소비자로, 다양한 운동복부터 일상복까지 활용할 수 있는 하이브리드 골프웨어 상품을 찾고 있다"며 "차별화된 스타일과 기능성을 갖추면서도 스타일리시하게 연출이 가능한 제품들이 인기"라고 말했다.
한국은 코로나19 이후 글로벌에서 골프웨어를 가장 적극적으로 소비하는 나라로 통한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이나 유럽은 골프웨어 개념이 별로 없다. 편한 옷을 입고 골프를 치는 분위기"라며 "한국은 골프를 칠 때 의상부터 갖춰 입는다. 코로나19 이후 우리나라가 전 세계에서 골프웨어 소비를 많이 하는 나라가 된 배경"이라고 했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골프복 시장 규모는 2018년 4조2000억원에서 2020년 5조1250억원으로 늘었고, 올해는 6조3350억원으로 커질 전망이다. 성장성도 크다. 지난해 골프 인구는 564만명으로 집계됐다. 2019년(470만명)보다 20%(94만명) 늘어난 수치로, 국민 10명 중 1명은 골프를 치는 셈이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는 그중에서 2030대 골프 인구가 전년 대비 35% 늘어난 115만명으로 추산했다.
업계 관계자는 "새롭게 유입된 20·30세대와 여성 골퍼들은 의상에 아낌없이 투자하는 골프웨어의 주력 소비층으로 떠올랐다"며 "많아야 시즌에 2~3번밖에 못 입는 옷 특성상 남과 다른 초고가 또는 하이브리드 버전을 찾으려는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