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대작들이 관객들의 문화 갈증을 영 해소하지 못하는 가운데 코미디 영화 ‘육사오’가 의외의 복병이 될 전망이다.
‘육사오’는 바람을 타고 군사분계선을 넘어가버린 57억 1등 로또를 둘러싼 남북 군인들간의 코믹 접선극. 코미디 연기에 다들 진심인 고경표, 이이경, 음문석, 박세완, 곽동연, 이순원, 김민호 등의 라인업만 봐도 웃음이 나올만큼 시선을 끈다. 영화는 전역만을 기다리던 병장 천우(고경표 분)가 무려 57억 1등 로또에 당첨되며 시작된다. 당첨금의 단꿈도 잠시, 살랑이는 바람에 로또가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한군인 용호(이이경 분)의 손에 들어간다. 천우는 강대위(음문석 분), 만철(곽동연 분)과 함께 57억짜리 종이 한 장을 되찾기 위해 로또원정대를 꾸린다.
남북 분단, GP 등 무거운 소재에 얹어진 로또. 남북 군사가 로또를 매개로 교류한다는 설정은 새롭다. 이념 문제로 갈등을 빚지 않고 오로지 웃음에만 초점을 맞춘다. 코미디 영화이니 웃겨야 한다는 강박에서 오는 무리수도 없고, 웃음 포인트가 뻔하지 않아 러닝타임 내내 보기 편하다. 고경표, 이이경, 음문석, 곽동연 등 연기로 호평 받은 청춘 배우들의 케미스트리는 단연 주목할 포인트다. 특히 고경표는 전역을 앞두고 로또 1등 당첨자가 된 천연덕스러움과 용호와 상황이 바뀌면서 느끼는 혼란스러움과 억울함을 탁월하게 표현한다.
이이경은 ‘SNL 코리아’ 크루 시절부터 쌓은 코미디 내공을 십분 발휘한다. 캐릭터와 하나가 된 듯한 생동감이 영화에서 빛을 발한다. 여기에 음문석, 박세완, 곽동연, 이순원, 김민호까지 고경표와 이이경에 못잖은 뚜렷한 개성을 가진 캐릭터를 맛깔나게 영화를 버무리며 만만치 않은 존재감을 드러낸다. “남이나 북이나 ‘앞으로 우리는 이 땅에 살아야 하는데 그렇다면 잘 살아야 하지 않을까’라는 바람을 로또라는 소재와 코미디라는 장르를 빌려서 전달하려고 했다”는 박규태 감독의 말처럼 ‘육사오’는 인간에 대한 이해를 엿볼 수 있다. ‘육사오’는 비싸디 비싼 영화 티켓 값을 상쇄할 만하다. 작지만 알찬, 스트레스 없이 편하게 웃을 수 있는 영화를 찾는 관객들에게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선택지 같다. 24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113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