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홍창기(29)는 올 시즌 득점권에서 가장 매섭게 방망이를 휘두르는 타자다. 15일 기준으로 득점권 타율 0.388를 기록, 키움 히어로즈 이정후(0.385)를 근소하게 앞질렀다. 지난해 출루왕(0.456)에 오르며 생애 첫 골든글러브(외야수 부문)를 수상한 홍창기가 올 시즌 득점권에서 한층 강력한 모습을 자랑하고 있다.
원래부터 득점권에서 강했던 건 아니었다. 프로 입단한 2016년(2차 3라운드 27순위)에는 득점권에서 1타수 무안타를 기록했다. 2018년 3타수 무안타, 2019년 6타수 1안타에 그쳤다. 기회도 적었지만, 찬스에서 한방이 없었다.
주전으로 도약한 2020년부터 달라졌다. 득점권에서 79타수 21안타 0.266을 기록했다. 개막 후 6월까지 득점권에서 15타수 무안타로 부진했다. 이때까지 프로 통산 득점권에서 25타수 1안타에 그쳤지만, 7월부터 시즌 종료까지 65타수 21안타(타율 0.323)로 확 올라갔다. 지난해엔 득점권 타율 0.343으로 전체 4위, 팀 1위를 차지했다. 올 시즌에는 리그 전체 1위로 올라섰다. 매년 경험이 쌓이면서, 득점권 타율도 상승하고 있다.
홍창기는 달라진 비결로 은퇴한 박용택의 이름을 꺼냈다. 그는 "한창 득점권에서 타율이 좋지 않을 때 선배님이 '3구 안에 승부한다고 생각하라'고 조언해 주셨다"고 전했다.
박용택은 은퇴 전 10시즌 동안(2011~2020년) 타율 0.322를 올렸는데, 득점권에서는 0.344로 좀 더 강했다. 이 기간 NC 다이노스 박민우(0.376)이어 2위에 해당한다. 베테랑의 조언은 득점권에서 유독 자주 고개를 떨구는 신예 홍창기에게 적중했다. 올해 홍창기의 3구 이내 타율은 0.388로 시즌 타율(0.304)보다 훨씬 높다. 홍창기는 "올해 득점권에서 안타도 많이 나오는데 박용택 선배님의 조언 덕에 좋아졌다"라고 고마워했다.
득점권 찬스일수록 더 과감하게 배트를 휘두른 데다, 올해 확대된 스트라이크존도 영향을 끼쳤다. 홍창기는 "올 시즌 타석에서 더욱 적극적으로 임한다. 스트라이크존 확대로 인해 시즌 초반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쳐야 할 때는 빠른 카운트에 배트를 휘두른다. (볼넷 등으로 출루했던) 예전보다 좀 더 치려고 한다"고 귀띔했다.
홍창기는 옆구리 부상에서 돌아온 뒤 타율 0.231(39타수 9안타)에 그치고 있다. 타격감을 완전히 회복하지 못한 상태다. 이런 탓에 지난 5일 키움 히어로즈전에는 데뷔 후 처음으로 타순이 9번까지 내려갔다. 류지현 LG 감독은 "스윙 밸런스를 잡을 때까지 (홍창기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서도 후반기 득점권 타율은 0.429(7타수 3안타)로 아주 높다. 홍창기는 "예전에는 득점권에서 주자를 불러들여야 한다는 생각이 너무 커 오히려 부진했다. 요즘은 편하게 생각한다. 땅볼만 쳐도 주자가 들어올 수 있다고 생각하니, 아웃카운트와 득점을 바꾼다는 생각으로 타격한다"고 말했다.
올 시즌 홍창기는 출루율 0.392(6위)로 여전히 좋다. 팀 내 출루율과 득점권 타율 모두 1위다. 리드오프의 '출발'과 '끝맺음'이 좋으니 LG 타선(타율, 홈런, 타점, 장타율 1위)이 강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