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김혜성(23·키움 히어로즈)은 유망주라는 꼬리표를 뗐다. KBO리그 도루왕(46개)에 오르며 데뷔 첫 개인 타이틀을 품에 안았다. 그뿐만 아니라 타율 0.304(559타수 170안타)를 기록, 데뷔 후 처음으로 규정 타석 3할 타율까지 정복했다. 리그 타격왕에 오른 간판타자 이정후에 3개 앞선 팀 내 최다안타 1위였다.
김혜성은 올 시즌에도 꾸준하다. 15일 기준으로 106경기 타율이 0.303(423타수 128안타)이다. 전반기를 0.298로 마친 뒤 후반기 페이스를 올려 3할을 넘겼다. 키움에서 '규정 타석 3할'을 기록 중인 선수는 이정후(0.338)와 함께 김혜성이 유일하다. 스트라이크존(S존) 확대와 공인구 반발계수 조정이 맞물려 리그 내 3할 타자가 15명밖에 되지 않는 가운데 당당하게 한 자리를 차지했다.
김혜성의 활약은 가뭄에 내린 단비와 같다. 올 시즌 키움의 팀 타율이 리그 최하위다. 주전급 선수 중 김준완(0.197)과 이용규(0.199)의 타율은 채 2할이 되지 않는다. 송성문과 김휘집의 타율도 2할5푼 언저리. 기대를 모았던 외국인 타자 야시엘 푸이그의 타율도 2할6푼에서 정체돼 있다.
김혜성은 이정후와 함께 키움의 꽉 막힌 공격을 뚫어낸다. 최근 홍원기 키움 감독은 김혜성을 2번, 이정후를 3번에 배치해 효과를 보고 있다. 김혜성이 출루하면 이정후가 뒤에서 쓸어담는 패턴. 두 선수가 밀고 당기며 팀 타선을 이끌고 있다.
강병식 키움 타격 코치는 "김혜성은 순간 집중력이 좋다. 중요한 타석에서 다른 선수들보다 더 높은 집중력을 발휘한다"며 "타격 자세에서 회전할 때 순발력도 뛰어나다. 3할 시즌을 경험하면서 경험이 쌓였고 자기만의 S존이 생겼다. 타석에서 좀 더 냉정해졌다고 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김혜성은 투수마다 타석에서의 위치를 달리한다. 그는 "나와 잘 안 맞는 투수가 있는데 그럴 때는 똑같은 위치에서 치면 계속 안 맞는 것 같아서 조금씩 변화를 주고 있다. 폼을 다르게 할 수 없기 때문에 타석 위치라도 변화를 주고 있다"고 말했다. 김혜성은 동산고 재학 시절인 2016년 12월 고교야구 최고 타자에게 수여되는 '이영민 타격상'을 받았다. 2017년 입단할 때부터 "타격 재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들었는데 점점 기량이 만개하고 있다.
강병식 코치는 "자신의 공이 오면 적극적으로 스윙하는 성향을 갖고 있다. 꾸준함과 성실함도 칭찬하고 싶다"며 "이야기하지 않아도 스스로 끈기 있게 인내력을 갖고 훈련하고 있다"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김혜성은 1번부터 9번까지 어느 타순에서도 제 몫을 다한다. 올 시즌에는 4번 타자로 97타석을 소화, 타율 0.291을 기록하기도 했다. 그는 "어느 타순에 나가든 목표한 대로, 연습한 대로 하려고 하고 있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김혜성은 도루왕 2연패를 향해서도 순항 중이다. 32도루를 기록해 2위 박찬호(KIA 타이거즈·24개)에 8개 앞선 리그 1위. 도루성공률도 86.5%로 높다. 김혜성은 "(도루왕은) 내 목표이기 때문에 꼭 하고 싶다. 도루는 2위를 신경 쓰면서 하는 게 아니다. 상황이 되면 열심히 뛰고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