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 팬 케리 마허(68·미국) 교수의 별세에 선수단과 팬의 추모가 이어지고 있다.
이대호는 16일 밤 자신의 SNS에 "케리 마허 교수님의 롯데를 위한 마음을 항상 간직하겠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고 적었다.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롯데에서 뛴 NC 다이노스 손아섭 역시 "제게 보내준 사랑과 응원을 잊지 않겠다"고 추모했다. 롯데 팬들의 조문도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마허 교수는 지난 16일 오후 동아대병원에서 별세했다. 지병을 앓던 마허 교수는 최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폐렴으로 인한 합병증이 생겨 양쪽 폐가 크게 손상됐다. 코로나19 집중 치료 중환자실에서 병마와 싸웠으나 결국 눈을 감았다. 미국에 있는 가족과 논의 끝에 빈소는 아시아드 장례식장에 마련했다. 발인은 20일이다.
마허 교수는 롯데 팬들 사이에서 유명 인사다. 웬만한 야구팬이라면 그의 존재를 알고 있다. 키 1m88㎝, 체중 120㎏의 큰 체격에 전국 곳곳을 누비며 열정적으로 롯데를 응원했기 때문이다. '사직 할아버지'라는 별명도 얻었다.
한국전쟁 참전용사 부친을 둔 마허 교수는 2008년 울산의 한 초등학교에서 원어민 교사로 일하기 위해 한국에 왔다. 2011년부터는 영산대에서 강의했다. 우연히 학생들과 야구장을 찾아 관람한 뒤, 야구의 매력에 빠져 롯데의 열성 팬이 됐다. 다리를 다쳤을 때 휠체어를 타고 경기장을 찾을 정도였다. 구단에서도 두 차례나 시구자로 초청했다.
마허 교수는 2019년 영산대에서 정년퇴직한 뒤 취업 비자가 만료해 한국을 떠날 처지였다. 이때 롯데 구단이 그를 외국인 선수와 코치의 생활을 돕는 매니저로 채용, 부산에서 계속 생활할 수 있도록 도왔다.
마허 교수는 "많은 한국인이 내게 기회를 주고 응원해줬다. 정말 고맙다"고 했다. 마허 교수는 롯데와 계약이 끝난 뒤에도 계속 야구장을 찾아 롯데를 응원했다. 롯데의 포스트시즌 진출을 다시 보는 게 그의 소원이었다. 한 인터뷰에서는 "롯데 자이언츠가 우승하기 전까지는 한국을 떠날 생각이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롯데의 가을 야구를 다시 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롯데 구단은 17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홈 경기에 앞서 마허 교수 영상을 전광판에 띄워 추모한다. 장례 부의금은 고인의 뜻에 따라 부산 유소년 야구 발전기금으로 쓰여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