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아파트 단지 내 놀이터에 워터파크 기능을 더한 '아터파크'가 늘어나고 있다. 고급 브랜드를 적용한 신축 아파트가 증가하면서 다양한 커뮤니티 시설을 갖추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아터파크는 어린이들이 바캉스를 가지 않아도 단지 내에서 충분한 놀이를 할 수 있고 사설 워터파크를 방불케 하는 시설과 관리로 인기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상대적으로 비싼 관리비가 발생하고, 부모들이 비키니 등 다소 민망한 의상을 입고 아터파크에 입장해 논란이 되기도 한다.
워터파크 못지않네
"웬만한 워터파크보다 훨씬 좋더라고요." 30대 주부 김선영 씨는 최근 지인의 초대로 자녀와 함께 경기도 수원시 A아파트에 있는 아터파크에 갔다가 깜짝 놀랐다. 아파트에 있는 물놀이 시설 정도로 알고 갔는데, 시설과 규모 면에서 외부 워터파크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스펙'을 자랑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김 씨는 '자녀가 유치원생이라 혹시라도 물놀이 시설이 너무 작아서 실망하지 않을까 우려했었다"며 "막상 가보니 초대형 물통에서 물이 쏟아지는 어드벤처 풀부터 대형 슬라이드까지 갖춰놓고 있었다. 여러 면에서 어지간한 사설 워터파크 시설보다 나았다"며 만족해했다.
김 씨가 아터파크에 놀란 부분은 더 있었다. 탁월한 관리다. 이 아파트는 아터파크에 출입할 때 열 체크는 물론 인원 규제를 한다. 아이들의 안전을 고려해 사설 안전요원도 규정보다 세 배 더 배치했다. 전염병을 막기 위해 물도 날마다 교체한다. 또 안전요원의 근무환경 및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 40분 놀이 뒤 20분 휴식, 한 시간에 10분씩 수질 정리, 음식물 반입 금지 등의 세부 규칙도 마련했다.
김 씨는 "커뮤니티 시설을 개방하지 않는 월요일과 재활용품 배출 날인 수요일을 제외하면 한여름인 8월 한 달 내내 같은 규정을 준수한다고 들었다. 무척 깔끔하고 안전 관리도 엄격해서 또 가고 싶다"고 말했다.
이 아파트의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은 "아터파크를 개장할 때 안전을 최우선에 뒀다. 수족구나 장염이 돌 것을 우려해 날마다 물을 새로 갈고, 안전요원도 사고가 나기 쉬운 미끄럼틀 아래와 위에 고루 배치했다. 물놀이 시설은 12세 이하만 이용하기 때문에 각별히 신경 썼다"고 말했다. 덕분에 이 단지에서는 아직까지 아터파크에 방문한 뒤 코로나19에 걸렸다거나 전염병에 걸렸다는 신고가 한 차례도 없었다고 한다.
이 지역 핫플레이스로 떠올랐다. 수원시 일대에 아터파크 자체가 몇 개 없을뿐더러 관리가 잘 된다고 소문이 나면서 "입주민이 아닌데 들어갈 수 없느냐" "아터파크 출입 팔찌를 별도로 구매할 수 없느냐"는 문의를 받을 정도다.
이 이파트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은 "입주민 중에 친척이 있거나 지인이 있는 경우에 이따금 지인 찬스를 활용해 초대하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다"면서도 "우리 아터파크는 원칙적으로 입주민 전용 이용 시설이다"고 강조했다.
A아파트는 2335세대에 달하는 대단지다. 시설 운영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해 입주민 간 이견이 적은 편이다.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은 "아터파크를 운영하는데 하루 물값은 2만원 수준이다. 각 세대가 나누면 10원이 채 되지 않는다"며 "준비 및 운영 과정을 모두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어서 입주민 협조와 지지 속에 아터파크를 열고 있다"고 말했다.
과도한 옷차림·관리비 논란도
모든 아터파크가 이 단지처럼 잘 운영되는 건 아니다. 운영에 필요한 경비나 옷차림 등을 둘러싼 갈등도 적지 않다. 아터파크는 수영장이나 골프연습장, 도서관 등과 더불어 커뮤니티 시설에 속한다. 커뮤니티 시설이 많고 관리가 잘 될수록 관리비가 증가한다. 모든 입주민이 커뮤니티 시설 운영 및 관리비 증가에 동의하지 않으면 분쟁이 일어나기 십상이다.
특히 물이 대량 동원되는 수영장이나 물놀이 시설은 비용 추가가 적지 않아서 갈등의 불씨가 되곤 한다. 한 아파트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커뮤니티 시설이 잡음 없이 잘 운영되려면 대단지여야 한다"며 "세대수가 적은 편인데 수영장까지 보유할 경우 많게는 물값에 전기료, 각종 유지비로 3만~5만원 이상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일부 아파트에서는 수영장과 아터파크 관리비를 줄이기 위해 외부인도 출입을 허용하는 식으로 관리비를 줄인다. 가령 입주민에게는 공짜이지만, 외부인이 사용할 때는 5000원에서 1만원씩 부담금을 받는 식이다. 여경희 부동산 114 연구원은 "커뮤니티 시설은 수요자들이 아파트를 선택할 때 중요한 부분으로 보고 선택하는 것은 맞다"며 "하지만 입주가 이뤄진 뒤 커뮤니티 시설 운영을 하면서 일부 분쟁이 생기는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커뮤니티 시설 이용 범위를 두고 시비가 생기기도 한다. 현재 대부분의 아파트는 커뮤니티 시설을 입주민에게만 공개한다. 그러나 외부인이 다양한 경로를 통해 수영장이나 아터파크 등을 사용하면서 논란이 일기도 한다. GS건설의 반포자이 아파트는 단지 내 아터파크를 외부인이 사용하는 사례가 늘면서 소음 등의 문제가 생기자 입주자에 한해서만 이용할 수 있도록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다.
아터파크가 대중화하면서 옷차림 문제도 대두된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아터파크에 비키니나 가슴이 드러나는 요가복 등 민망한 옷차림으로 등장하는 보호자 때문에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일산 지역 기반 한 맘 카페에서는 '아파트 물놀이터에서 비키니 입는 것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설문까지 등장했다. 카페 회원들은 "아이들이 민망해할 것 같다" "남 이사 뭘 하든 무슨 상관인가" "아빠들이 삼각팬티만 입으면 어떻게 말할까" "실제로 봤는데 용기가 대단하다"는 등의 글을 빼곡하게 달렸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아터파크는 최근 신축 아파트 추세인 고급 커뮤니티 시설 중 하나다. 과거에는 전국에 몇 개 없었지만, 이제는 대중화하는 단계"라면서 "복장 논란이나 관리비 갈등 등은 통과의례다. 시설이 보편화하면서 나름대로 해결책을 찾아 나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