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예술대는 결승 직전에 태백산 식수를 마셨다고 했는데, 나는 최근 두 달 동안 태백산을 19번이나 등반했다.”
아주대를 25년 만에 추계대학축구대회 우승으로 이끈 하석주(54) 감독이 환한 미소를 보이며 말했다.
하석주 감독이 이끄는 아주대는 지난 28일 강원도 태백에 위치한 태백종합경기장에서 끝난 태백산기 제58회 추계대학축구맹전 결승에서 선문대를 1-0으로 꺾었다. 아주대 공격수 이성민(20)이 후반 2분 결승 골을 터뜨렸다. 지난 1997년 홍익대를 누르고 추계대회 우승을 차지한 바 있는 아주대는 25년 만에 이 대회 정상에 올랐다.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난 하석주 감독은 “절박한 팀이 이긴다. 우승하고자 하는 선수들의 의욕이 넘쳤다”며 “U리그에서 9연승을 했던 상승세가 여러 면에서 작용한 것 같다. 상대는 좋은 팀이다. 한 골이 승부를 가른다고 생각했다. 우리 팀 선수들이 빨라서 상대가 약간 라인을 내려섰다. 전반에 실점하지 않고 후반에 승부수를 띄웠다”고 돌아봤다.
아주대는 선제골을 넣은 이후 한 점을 끝까지 지켰다. 하석주 감독은 “내가 원하는 축구를 결승 무대에서 선수들이 너무나 잘 이행해줬다. (경기에 출전하는) 선수 명단을 거의 매번 바꿨다. (자연스럽게) 경쟁 구도가 형성됐다. 선수들을 타이르기도 하고 동기부여도 해주다 보니 굉장히 좋은 결과(우승)가 따라온 것 같다”고 했다.
하석주 감독은 아주대 재학 시절 춘계대학축구선수권대회 최우수선수상을 받는 등 아주대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졸업 후 20년이 지난 2010년 말 아주대 사령탑에 취임해 이듬해 전국대학축구대회 우승을 이끌었다. 잠시 프로축구 전남 드래곤즈의 감독을 맡기도 했다. 이후 전남의 재계약 제의를 거절하고 2014년 아주대 감독으로 복귀했다.
하석주 감독은 11년 만의 전국대회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그는 “대학 축구부의 수준이 많이 평준화했다. 선수 지도 방식도 많이 바뀌었다”라며 “(내가) 선수 때는 우승을 쉽게 한 것 같은데 감독이 되니까 우승하기 너무 힘들더라. 우승과 준우승은 천지 차이지 않나. (우승해서) 기분이 좋고 감회가 새롭다”고 말했다.
하석주 감독은 “마음고생을 다 날린 것 같다. (그동안) 고비를 넘겨야 하는데 그걸 넘지 못했다. 특히 승부차기에서 너무 약했다. 이번 대회에선 승부차기 없이 왔다. 그게 정말 좋았다”고 했다. 아주대는 우석대(3-2 승) 장안대(2-1 승) 중원대(3-0 승) 경희대(2-1 승) 성균관대(4-3 승) 전주대(2-1 승)를 차례로 제압하고 결승에 진출했다.
백두대간기 추계대회에서 우승한 대구예술대 이창원 감독은 결승을 앞두고 태백산에서 길러온 식수가 ‘우승 기운’을 불러왔다고 했다. 이 소식을 들은 하석주 감독은 “7월에 열린 1,2학년 대회부터 두 달 동안 태백산에 19번 올라갔다. 대회 기간 8번, 이후에 11번 태백산을 찾았다. 스무 번은 채우지 못했지만 ‘우승을 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정말 간절했다”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