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른손 파이어볼러 안우진(23·키움 히어로즈)의 시즌 200이닝 소화가 가시권에 들어왔다. 국내 투수로는 2016년 양현종(KIA 타이거즈) 이후 6년 만에 대기록 달성에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이에 따른 관리의 중요성도 부각되고 있다. 안우진은 5일 기준으로 165이닝을 소화했다. 외국인 투수 찰리 반즈(롯데 자이언츠·172와 3분의 2이닝)에 이어 리그 최다이닝 2위. 반즈가 3경기 더 선발 등판했다는 걸 고려하면 안우진의 이닝 소화 능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시즌 25번의 선발 등판 중 5이닝 이전 강판이 단 한 번도 없다. 22경기(88%)에서 최소 6이닝을 책임지며 '이닝 이터'의 면모를 보인다.
지난 1일 한화 이글스전에선 6이닝 2피안타 10탈삼진 무실점 쾌투로 승리 투수가 됐다. 팀 사정상 하루 앞당겨 등판했지만, 흔들림이 없었다. 한화전에 앞서 홍원기 키움 감독은 '안우진의 200이닝 달성 가능성'에 대해 "등판 일정상 많으면 5경기까지 (선발 등판이) 할 수 있어 수치상으로는 가능할 것 같다"고 말했다. 올 시즌 안우진의 경기당 평균 소화 이닝은 6과 3분의 1닝이다. 25경기 중 절반 이상인 13경기에서 7이닝 이상을 책임져 200이닝 달성이 불가능하지 않다.
시즌 200이닝은 에이스만 달 수 있는 '훈장'이다. 최근 10년 동안 KBO리그에선 총 9번 기록이 달성됐는데 이 중 8번이 외국인 투수였다. 지난해 국내 투수 최다 이닝은 166⅔이닝을 기록한 고영표(KT 위즈)였다. 불펜 분업화에 따라 완투형 선발 투수가 사라지면서 한해 200이닝을 책임질 수 있는 선발 투수도 손에 꼽을 정도로 적어졌다. 안우진의 200이닝 도전이 더 큰 의미를 갖는 이유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이닝 증가가 자칫 부상으로 연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
2018년 데뷔한 안우진은 첫 3년 동안 연평균 55이닝 정도를 소화하는 데 그쳤다. 4년 차이던 지난해 기록한 107⅔이닝이 개인 한 시즌 최다 이닝이었다. 그런데 올 시즌 일찌감치 규정이닝(144이닝)을 넘어섰고 등판마다 개인 최다 이닝을 경신하고 있다. 시즌 투수 수도 최근 3년 동안 579개→1867개→2517개로 늘었다.
안우진은 현재 '버두치 효과(Verducci Effect)'에 부합하는 투수다. '버두치 효과'는 2008년 미국 메이저리그(MLB) 저명 칼럼니스트 톰 버두치가 '만 25세 이하 투수가 전년 대비 최소 30이닝을 더 던지면 부상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고 한 주장이다. 당시 버두치 효과에 해당하는 MLB 투수들을 꼽아 결과를 내보니 적중률이 80%를 넘는 것으로 확인돼 이론에 힘이 실리기도 했다.
안우진이 가장 경계하는 것도 부상이다. 그는 "이렇게 많이 던진 적이 없어서 관리를 열심히 해야 할 것 같다"며 "많이 던지면 다음 해 안 좋을 수 있지만 그건 내가 하기 나름이라고 생각한다. 겨울에 어떻게 준비하고 운동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했다. 안우진은 지난 7월 올스타전 때 만난 외국인 투수 드류 루친스키(NC 다이노스)에게 몸 관리 비법을 물어보기도 했다. 2019년부터 KBO리그에서 활약 중인 루친스키는 매년 170~180이닝을 소화하는 '이닝 이터'다. 그만큼 주변 선수들에게 조언을 구해 참고하고 있다.
구단도 안우진의 상태를 살핀다. 홍원기 감독은 "지난해 풀 타임은 아니었지만, 선발 경험을 했고 (올 시즌) 전반기 때도 몸 관리나 건강 체크를 다 했는데 별 이상이 없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