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거리 물가가 추석이 끝나기가 무섭게 또다시 오르고 있다. 오리온이 9년 만에 과자 가격을 올리기로 했고, 서민 음식을 대표하는 라면도 추석 직후 가격 인상이 공식 예고됐다. 우유 가격까지 들썩거리고 있다. 가공품의 가격 인상이 본격화하면서 소비자들의 소비 심리가 크게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오리온은 15일부터 전체 60개 생산제품 중 파이, 스낵, 비스킷 등 16개 제품의 가격을 평균 15.8% 인상한다고 13일 밝혔다.
주요 제품별 인상률은 초코파이 12.4%, 포카칩 12.3%, 꼬북칩 11.7%, 예감 25.0% 등이다.
오리온은 2013년 이후 9년 동안 효율경영을 지속해서 추진, 적극적인 원가절감 활동을 펼치면서 제품의 양은 늘리고 전 품목의 가격을 동결해왔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유지류와 당류, 감자류 등 주요 원재료의 가격이 급등하면서 8월 기준 전년 대비 최대 70% 이상 상승하고, 제품생산 시 사용하는 에너지 비용도 90% 이상 오르는 등 원가 압박이 가중돼 왔다.
올해 상반기까지는 매출 신장에 힘입어 이익 감소를 방어해왔으나, 하반기에는 수익성이 큰 폭으로 저하되고 있어 이번에 인상 조치를 하게 됐다는 게 오리온의 설명이다.
오리온 관계자는 "원부자재 가격 및 에너지 비용 상승에 따라 이익률이 급감한 제품 위주로 가격을 인상키로 했다"며 "인상 후에도 업계 최고의 가성비를 지향하는 수준에서 인상폭을 책정했다"고 말했다.
라면값도 곧 오른다.
농심은 15일부터 라면 26개 제품에 대한 출고 가격을 평균 11.3% 인상할 방침이다. 지난해 8월 이후 1년 만에 또다시 제품 가격을 올리는 셈이다.
이에 따라 대형마트에서 봉지당 평균 736원에 판매되고 있는 신라면의 가격은 약 820원으로 오르게 된다.
농심 역시 국제 곡물가 상승 등의 여파로 원재료 가격이 급등하면서 원가 압박이 심화해 가격 인상을 결정했다는 입장이다.
농심의 제품 가격 인상에 팔도도 움직였다. 내달 1일부로 라면 12개 브랜드 가격을 평균 9.8% 인상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주요 제품의 인상폭은 공급가 기준 팔도비빔면 9.8%, 왕뚜껑 11.0%, 틈새라면빨계떡 9.9% 등이다.
오뚜기와 삼양식품도 조만간 제품 가격 인상에 나설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국제 곡물 가격이 큰 폭으로 올랐고 팜유, 포장재, 운송비 상승 영향도 실적 악화 요인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우유 가격 인상도 초읽기에 들어갔다. 정부와 낙농가, 유가공업계가 내년부터 원유 용도별 차등가격제를 도입하기로 잠정 합의하면서 그동안 멈춰 섰던 원유 기본 가격 인상 논의가 재개됐기 때문이다.
올해 원유 가격은 2020년 이월된 생산단가 인상분 1L당 18원에 더해 올해 상승한 생산단가 34원까지 합쳐 52원±10% 수준에서 결정될 것으로 점쳐진다.
원유 가격 인상분이 확정되면 유가공업체들의 제품 가격 인상도 불가피하다. 지난해 8월에도 원유 가격이 상승하자 서울우유를 비롯해 동원F&B, 매일유업, 남양유업, 빙그레 등의 유업체들이 우유 가격을 줄줄이 인상한 바 있다.
업계는 지난해 서울우유가 흰 우유 1L의 제품 가격을 200원가량 올렸는데 올해는 최대 500원 안팎까지 가격을 올릴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이 경우 1L짜리 흰 우유 제품의 소비자가격이 3000원을 넘어선다.
문제는 원유 가격 인상이 치즈와 버터를 재료로 하는 빵, 아이스크림, 커피 등의 가격도 연쇄적으로 끌어올릴 것이라는 데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고공 행진하는 먹거리 물가가 추석이 끝나기가 무섭게 또다시 오르고 있다"며 "가공식품의 잇따른 가격 인상은 외식 물가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