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일가가 상속세 마련을 위해 절치부심하고 있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대표적이다. 상속받은 지분 매각은 물론이고 연이은 담보 대출로 힘겹게 부족분을 채우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이부진 사장은 지난달 또다시 삼성전자 주식을 담보로 1000억원의 추가 대출을 받았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이 사장은 지난달 19일 삼성전자 주식 325만3000주를 담보로 한국투자증권에서 이자율 4.5%로 1000억원을 빌렸다.
지금까지 이 사장이 삼성전자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받은 건 총 4건이다. 지난해 10월 삼성전자 주식 253만2000주를 담보로 1000억원의 대출을 받았다. 올해 초에는 삼성전자 주식 117만7000주와 210만주를 토대로 현대차증권과 교보증권에서 이자율 4%로 각 500억원, 700억원을 빌렸다.
이번 추가 대출까지 더하면 지금까지 삼성전자 주식을 담보로 총 3200억원의 대출을 받은 셈이다. 업계에서는 이 사장이 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에게서 받은 유산 상속세를 납부하기 위해 현금 확보에 나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 회장은 주식과 부동산, 미술품 등 약 26조원의 유산을 남긴 것으로 알려졌고, 이중 계열사 주식 지분 가치만 약 19조원에 달한다. 삼성 일가는 지난해 용산세무서에 12조원이 넘는 상속세를 신고하면서 5년 연부연납(분할납부)을 신청했다.
주식 지분에 대한 상속세만 홍라희 여사 3조1000억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2조9000억원, 이 사장 2조6000억원,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2조4000억원으로 추정되고 있다. 상속세 마련을 위해 홍라희 여사도 올해 삼성전자 지분을 팔아야 했다.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이사장은 지난 3월 보유 중이던 삼성SDS 지분 3.9%(각 150만9430주)를 블록딜(시간외 대량 매매)로 매각한 바 있다. 매각 규모는 1927억원이다. 이재용 부회장은 아직 지분을 매각하지 않았다.
이부진 사장은 5년 분할납부인 점을 고려하면 매년 5200억원의 세금을 납부해야 하는 셈이다. 현금 확보를 위해 이 사장은 앞으로도 추가적인 대출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연봉과 배당금 등으로 상속세 납부를 메우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이 사장은 올해 상반기 연봉 24억7900만원을 챙겼다. 여기에 올해 3분기까지 받은 삼성전자 배당금 600억원가량을 더해도 한참 모자라다.
이 사장은 고 이건희 회장으로부터 삼성전자 지분 0.93% 등을 증여받았다. 이에 지난해 배당금이 대폭 상승했다. CEO스코어에 따르면 이 사장의 지난해 배당금은 1579억원으로, 삼성전자 지분이 전무했던 2020년과 비교해 1266억원이나 증가했다.
여성 CEO 중 이 사장의 주식평가액이 가장 높다. 그는 호텔신라 주식은 없지만 삼성전자를 비롯해 삼성물산, 삼성SDS, 삼성생명, 삼성전자 우선주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이달 1일 기준으로 주식가치만 해도 5조6500억원에 달한다.
경제계에서는 오너가의 상속세가 지나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8월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원활한 기업승계 지원을 위한 상속 세제 개선 의견’을 정부에 제출하기도 했다. 현재 한국의 상속세 최고세율은 50%고, 기업 승계 시에는 최대주주의 주식 가격에 20%를 가산해 과세하는 규정이 있어 최고 세율이 60%까지 올라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