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야구를 하고 싶다는 이대호(40·롯데 자이언츠)의 꿈은 점점 멀어지고 있다. 그래도 멋진 피날레가 기다리고 있다. '40대 타격왕'이 그중 하나다.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하는 이대호는 롯데의 우승을 함께하고 떠나고 싶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했다. 15일 기준으로 롯데는 5위 KIA 타이거즈에 5경기 차 뒤진 7위에 처져 있다. 잔여 경기는 14경기에 불과하다.
반면 잔여 일정이 가장 많은 6위 NC 다이노스는 후반기 승률 1위(0.625·15일 기준)의 상승세를 타고 있다. 롯데로선 KIA와 NC를 추월하기 쉽지 않다. 이대호는 "정규시즌 144번째 경기가 내 마지막 경기가 되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으나, 사실상 포스트시즌 진출 가능성은 물 건너갔다.
그런데도 이대호의 방망이에 많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타격왕 경쟁을 하고 있어서다.
이대호는 15일 현재 타율 0.342로 삼성 라이온즈 호세 피렐라(0.344)에 이어 이 부문 2위에 올라 있다. 이대호가 13일 SSG 랜더스전에서 5타수 4안타(1홈런) 3타점을 몰아친 뒤에는 피렐라와 타율 차이는 불과 1리로 좁혀지기도 했다.
이대호는 전반기를 타율 1위(0.341)로 마감했다. 후반기 개막 직후 선두를 피렐라에게 뺏겼다. 다음날 다시 1위를 되찾았지만 단 하루뿐이었다. 이대호는 후반기 개막 후 15경기에서 타율 0.196(56타수 11안타)에 그쳐 한때 9위까지 밀려났다.
8월 중순 타격감을 회복한 이대호는 9월 들어 다시 힘을 내고 있다. 이달 1일부터 15일까지 타율 0.467(45타수 21안타)으로 월간 타율 1위에 올라 있다. 이달 선발 출전한 11경기에서 멀티 히트(한 경기 2안타 이상)만 7차례 몰아치고 있다. 장타율(0.689)과 출루율(0.500)을 합한 OPS는 1.189로 1위다.
이대호가 재차 가세한 타격왕 경쟁은 치열하다. 피렐라-이대호-이정후(0.339·키움 히어로즈)의 3파전으로 전개되다 최근 규정타석을 채운 박건우(NC·0.339)까지 합류했다.
KBO리그 최고의 외국인 타자로 손꼽히는 피렐라는 도루(14개·공동 14위)를 제외한 타율·홈런·타점·득점·최다안타·출루율·장타율 등 공격 7개 부문 모두에서 1·2위를 달릴 정도로 페이스가 좋다. 이정후는 3000타석 이상 소화한 선수 가운데 통산 타율 1위(0.340)에 오른 타격 천재다. 7년 연속 3할 타율 달성이 유력한 박건우도 통산 타율이 0.327로 높다. KBO리그 개인 통산 홈런 3위(371개) 이대호도 통산 세 차례 타격왕(2006·2010·2011년)에 오른 경험과 노하우를 갖고 있다.
이대호의 타격왕 경쟁이 놀라운 건 현역 최고령 선수이기 때문이다. 타율·홈런·타점·장타율·출루율 등에서 팀 내 1위에 올라 있고, 타율 2위·최다안타는 리그 3위다.
역대 최고령 타격왕은 2013년 만 38세 11개월 10일의 나이로 타이틀을 획득한 LG 트윈스 이병규(등번호 9·2013년 타율 0.348)다. 출범 41년째를 맞는 KBO리그에서 지금까지 '40대 타격왕'은 탄생한 적이 없었다. 이대호가 타율 1위에 오른다면 고(故) 장효조와 양준혁이 보유한 타격왕 최다 4회 수상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이대호는 지명타자를 맡고 있어 수비 부담이 적다. 또한 소속팀 롯데의 포스트시즌 진출 가능성이 점점 옅어져 팀 성적에 대한 압박에서도 벗어나고 있다. 적어도 이대호 개인으로서는 최고의 피날레를 만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