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K팝 대표 히트곡인 (여자)아이들의 ‘톰보이’(TOMBOY)부터 아이브의 ‘러브 다이브’(LOVE DIVE), 싸이의 ‘댓댓’(That That)까지. 세 곡은 노래 길이가 3분을 넘지 않는 2분대의 짧은 곡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특히 K팝의 근간을 이뤘던 댄스곡의 길이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 상황. 19일 써클차트(옛 가온차트)에 따르면 지난 1∼8월 디지털 종합차트 누적 기준 ‘톱 10’에 이름을 올린 댄스곡은 ‘톰보이’(1위), ‘러브 다이브’(3위), ‘일레븐’(7위), ‘댓댓’(8위), 태연의 ‘INVU’(9위) 등 총 5곡이다.
올해 ‘톱 10’에 이름을 올린 댄스곡들의 길이를 살펴보면 ‘톰보이’ 2분 54초를 비롯해 ‘러브 다이브’ 2분 57초, ‘일레븐’ 2분 58초, ‘댓댓’ 2분 54초로 모두 2분대에 머물렀다. 이 가운데 ‘INVU’만 3분 24초로 유일하게 3분을 넘겼다. 5년 전인 2017년 써클차트 디지털 종합차트에서 ‘톱 10’에 이름을 올린 댄스곡을 보면 8위 트와이스의 ‘낙낙’이 3분 15초, 위너의 ‘리얼리 리얼리’가 10위로 3분 23초를 끊으며 모두 3분대 초중반을 기록했다. 10년 전인 2012년 ‘톱 10’에서는 1위 싸이 ‘강남스타일’이 3분 42초, 3위 씨스타 ‘나혼자’와 4위 ‘러빙유’가 각각 3분 26초, 3분 38초, 5위 빅뱅 ‘판타스틱 베이비’가 3분 52초 등으로 지금보다 1분 가까이 길다.
지난 10년간 4분에 육박하던 히트곡의 노래 길이가 2분대 후반으로 25% 이상 줄어든 것이다. 그룹 H.O.T. 출신 가수 강타는 최근 신보 발매 기념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H.O.T.가 데뷔한) 16년 전과 비교하면 곡들이 엄청 짧아졌다”며 “짧은 파트 안에서도 곡이 지루해지지 않게 여러 가지 표현을 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사실 2010년대 초반 4분 안팎의 노래 길이도 1990년대에 비하면 다소 줄어든 것이다. 2000년대 후반 국내 유료 음원 사이트 이용이 정착되면서 무료 미리듣기 1분 안에 청자의 관심을 흡입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런가 하면 가요계에서는 최근 몇 년간 K팝의 노래 길이가 짧아진 이유로 신곡 홍보 필수 코스로 떠오른 틱톡, 유튜브 쇼츠 등 숏폼 콘텐츠의 부상도 꼽는다. 리스너들에게 노래를 각인하는 시간이 미리듣기 1분에서 수십초로 줄어든 셈이다. 노래 길이가 짧아지면서 가장 크게 도려진 부분은 전주다. 근래 발매된 K팝 댄스곡 중 긴 전주는 찾아보기 어렵고 2~4마디로 주된 비트만 소개하는 수준으로 바뀌었다. 일례로 올 하반기 대표 히트곡인 아이브의 ‘애프터 라이크’는 노래 시작 후 불과 3초 만에 ‘또 모르지 내 마음이 저 날씨처럼 바뀔지’라는 가사가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