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타자' 이승엽(46)이 은퇴를 앞둔 이대호(40·롯데 자이언츠)를 바라보며 "나와는 클래스가 다른 선수"라며 놀라워했다.
이승엽은 한국 야구 역사상 최고의 홈런 타자다. KBO리그 한 시즌 최다 56홈런(2003년)을 비롯해 각종 홈런 기록을 갖고 있다. 한일 통산 홈런만 626개(일본 159개)에 이른다. 유니폼을 벗기 2년 전 '은퇴 예고'를 했고, 한국야구위원회(KBO) 공식 행사로 '은퇴 투어'를 경험했다.
'국민타자'가 걸었던 길을 '조선의 4번타자' 이대호가 따라 걷고 있다. 이승엽과 마찬가지로 FA(자유계약선수) 2년 계약을 맺으면서 "2년 뒤 은퇴하겠다"고 선언했고, KBO '은퇴 투어' 2호 선수로 선정됐다.
이승엽은 "이대호는 정말 훌륭하고 대단하다. 은퇴 시즌에 이렇게 잘한다는 건 정말 인정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이어 "(이)대호가 올해 좋은 성적을 거둔다고 해서 내년 연봉이 인상되는 것도 아니고, 더 큰 무대에 가는 것도 아니다.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중"이라며 "은퇴를 앞둔 선수라고 믿기 힘들 정도로 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대호는 마지막까지 타격왕 경쟁을 펼치고 있다. 19일 현재 타율 0.339로 삼성 라이온즈 호세 피렐라(0.344)에 이어 이 부문 2위에 올라 있다. 4년 만에 장타율 5할(0.504, 4위) 돌파에 도전하고 있고, 안타(169개)·홈런(20개)·타점(88개)·출루율(0.384)에서도 10위 안에 포진하고 있다. 지난 6일 KIA 타이거즈전을 시작으로 선발로 출전한 11경기에서 연속 안타(9월 11일 NC 다이노스전 교체 출장, 1타수 무안타)를 기록하고 있다. 9월 타율 타율 0.421(4위)로 마지막을 향할수록 더 매섭다. 이대호가 타율 1위에 오른다면 출범 41년째를 맞는 KBO리그에서 최초로 '40대 타격왕'이 탄생하게 된다.
이승엽은 "이대호는 나랑 클래스가 다른 선수구나 싶다"고 했다. 이승엽은 이대호와 같이 마흔 살이던 2016년 타율 0.303 27홈런 118타점을 기록했다. 이듬해(2017년) 타율 0.280 24홈런 87타점을 기록하고 유니폼을 벗었다.
이승엽은 "대호가 3000안타를 완성하고 은퇴했으면 좋았을 텐데, 당분간 3000안타를 칠 선수가 없어 아깝다"라고 했다. 이대호는 18일 기준으로 2885안타(KBO리그 2189개·일본프로야구 622개·미국 메이저리그 74개)를 기록하고 있다. 지금껏 한·미·일 3000안타를 달성한 한국 선수는 없다. 이대호는 은퇴까지 정규시즌 11경기만 남겨놓고 있어 기록 달성이 어렵다.
은퇴 시즌까지 뛰어난 기량을 발휘했던 이승엽은 팬들로부터 '은퇴 번복'을 요구받기도 했다. 지금 이대호도 마찬가지다. 이승엽은 "2년 전에 '유니폼을 벗겠다'고 미리 알렸다. 내가 물러나지 않으면 20대 선수들을 가로막는다. 은퇴를 예고하면 젊은 선수들에게 동기 부여도 되지 않을까 했다"면서 "이대호도 비슷한 생각일 것이다. (떠나야 해서) 아쉬울 것이다. 하지만 약속한 걸 거둬들이기는 쉽지 않다. 그러니까 주위에서 더 많이 응원하고, 더 아쉬워했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이대호는 멋진 피날레를 준비하고 있다. 그의 정규시즌 마지막 경기는 10월 8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펼쳐지는 LG 트윈스전에서다. 5년 전 홈 관중 앞에서 눈물을 흘리며 떠난 이승엽은 "(이)대호도 분명 그날 울 거다. 눈물을 쏟지 않을 수 없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