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시환(22·한화 이글스)이 이대호(40·롯데 자이언츠)와 김태균(40·전 한화)이 만들었던 역사를 이어받을 수 있을까.
노시환은 지난 20일 대전구장에서 열린 경남고 선배 이대호의 은퇴 투어 때 고교 유니폼을 입고 나타나 자신의 사인 배트를 선물했다. 2022시즌 미디어데이 때 그가 당돌하게 한 약속이었다. 노시환은 “당시 인터뷰 때 선물 질문을 받았다. 대단하신 선배님께 드릴 선물이 생각나지 않다가 순간적으로 떠올랐다”고 돌아봤다.
이대호도 미소를 지었다. “너무 소중한 선물이다. 시환이는 우리 팀 한동희와 함께 앞으로 우리나라 야구를 짊어져야 할 선수다. 더 큰 선수가 되기 전에 받아둬서 좋다”며 “그런데 필체 연습은 더 해야겠다. 사인을 좀 더 많이 하라”고 농담했다. 다음날 이대호의 말을 전해 들은 노시환은 “내가 사인을 잘한다고 생각했다”며 웃었다.
노시환은 "이대호 선배님과 경기장에서 자주 대화한다. 20일에도 찾아가서 많이 물었다. 선배님 타격을 보고 많이 했는데 잘 안 되더라. 밖에서 보는 것과 선배님이 타격할 때 직접 느낀다는 포인트가 달랐다. 그래서 많이 묻는다. 어떤 마음가짐으로, 어떤 식으로 타격하는지 정말 많이 배웠다"고 했다.
노시환은 한화에서 김태균의 후계자로 여겨진다. 또한 부산에서 나고 자란 이대호의 후배이기도 하다. 그가 부산 수영초등학교에 다녔던 2010년 이대호는 타격 7관왕의 역사를 썼다. 이대호의 커리어 22년은 노시환의 야구 인생이나 다름없었다.
그는 "김태균 선배님과 이대호 선배님이 현역 시절 참 비슷하셨다. 두 분을 정말 좋아했고 롤 모델로 그렸다. 김태균 선배님은 팀에서, 이대호 선배님은 상대 팀 선배로 만나게 됐다"고 했다. 또 "내 고향이 부산이지 않나. 이대호 선배님을 보면서 야구를 시작했다. 부산에서 자랐고 어릴 때 매일 사직구장에서 선배님을 본 팬이었다"며 "같이 프로에서 뛰었던 것만으로도 정말 영광이고, 은퇴하신다는 게 한편으로는 마음이 아프다. 많이 배울 수 있는 선배였다”는 말도 덧붙였다.
젊은 선수답게 대선배에게 주는 메시지도 진지한 동시에 유쾌했다. 노시환은 한화가 투어 선물로 준비한 친필 메시지북에 “선배님과 함께 그라운드에 설 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선배님은 제 꿈이었습니다. 이제 제가 후배들의 꿈이 되겠습니다”는 진지한 메시지와 함께 이대호의 이름으로 삼행시(이게 말이 됩니까, 벌써 은퇴라뇨. 대한민국 4번타자. 호타준족 노시환 파이팅!)도 남겼다. 자신을 '호타준족'이라 주장하는 반전 내용을 담았다.
노시환은 “난 이대호 선배님을 보면서 꿈을 키워왔다. 지금 어린아이들도 나를 보면서 꿈을 키울 수 있는 선수가 되고 싶다. 진심을 담아 썼다”며 “너무 감동적인 것보다 재미도 섞어주면 (은퇴식) 그림이 예쁘게 나오겠다고 생각했다”고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