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버트 푸홀스(42·세인트루이스)의 위대한 도전이 결국 해피 엔딩으로 마무리됐다. 은퇴를 앞둔 메이저리그(MLB) 리빙 레전드가 최고의 마무리를 보여주고 있다.
푸홀스가 그토록 염원하던 700홈런 고지를 밟았다. 14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다저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MLB LA 다저스와의 원정 경기에 2번·지명 타자로 선발 출전, 연타석 아치로 개인 통산 700홈런을 달성했다.
푸홀스는 전날(23일)까지 698홈런을 마크했다. 지난 17일 신시내티 레즈전 이후 더블헤더 포함 6경기 연속 추가 홈런이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이날 3회 초 1사 1루에서 다저스 선발 앤드류 히니의 몸쪽 시속 150㎞ 포심 패스트볼(직구)을 공략, 좌중간 담장을 넘기며 699번째 홈런을 때려냈고, 바로 다음 타석이었던 4회 초 2사 1·2루에서는 바뀐 투수 필 빅포드의 몸쪽(우타자 기준) 슬라이더를 잡아당겨 대망의 700번째 홈런을 쏘아 올렸다.
699호 홈런을 친 뒤엔 비교적 담담한 표정을 지었던 푸홀스는 700홈런을 친 뒤에는 그라운드를 돌며 그 어느 때보다 환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대기록 달성 순간을 지켜본 다저 스타디움은 홈·원정팬이 따로 없이 열광했다.
푸홀스는 두 손을 하늘로 치켜드는 특유의 세리머니를 보여준 뒤 백네트 부근 한 관중에게 다가서 양손으로 하이파이브했다. 가까운 지인이나 가족으로 보인다.
이어 더그아웃 앞에 나와 있던 동료들, 특히 2004년부터 2011년까지 한솥밥을 먹고, 올 시즌 현역 마지막을 함께 하고 있는 포수 야디에르 몰리나와 깊은 포옹을 나눴다. 외야에선 현재 슈퍼스타 중 한 명인 무키 베츠가 글러브를 벗고 손뼉을 치며 경의를 표했다. 푸홀스는 마지막으로 헬멧을 벗어 관중석을 향해 화답했다.
이로써 푸홀스는 베이브 루스(714개) 행크 에런(755개) 배리 본즈(762개)에 이어 MLB 역대 4번째로 '700홈런 타자'로 이름을 올렸다. 700호 홈런은 푸홀스의 통산 3377번째 안타이기도 했다. 애련에 이어 3000안타-700홈런을 동시 달성한 역대 두 번째 타자가 되기도 했다. 3회 친 699호 홈런은 푸홀스의 시즌 20번째 홈런이기도 했다. 개인 통산 18번째 '20홈런 시즌'을 만들었다. 에런(20번) 본즈(19)에 이어 역대 3위 기록이다.
이날(24일 다저스전) 홀로 5타점을 올린 푸홀스는 통산 타점도 2208개를 쌓으며, 루스가 보유한 역대 2위(2214개)에 6개 차이로 다가섰다. 세인트루이스가 10경기를 남겨 두고 있기 때문에 충분히 7개를 더 채울 수 있을 전망이다.
1999년 13라운드(전체 402번)에 세인트루이스에 지명, 2001년 세인트루이스에서 빅리그에 데뷔한 그는 첫 시즌부터 37홈런을 치며 새 역사를 예고했다. 그는 이후 2012시즌까지 12시즌 연속 30홈런 이상 때려냈다. 세인트루이스를 내셔널리그 중부 최강팀으로 이끌었다.
2012시즌을 앞두고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고 LA 에인절스와 계약한 그는 2004년 통산 500홈런을 돌파하며 역대 4번째 '700홈런 타자' 등극을 예고했다. 30대 중반이 넘어선 나이, 부상 등으로 에이징 커브를 겪기도 했지만, 우리 나이로 40살이었던 2019시즌에도 23홈런을 치며 거포 본능을 유지했다.
푸홀스는 700홈런을 자신의 야구 인생 마지막 목표로 삼았다. 지난 시즌 에인절스에서 방출된 뒤 다저스와 단기 계약을 하며 선수 생활을 이어갔다.
이미 레전드인 그가 불명예스러운 은퇴를 할까 봐 우려하는 목소리도 컸다. 그러나 푸홀스는 다저스에서 뛴 85경기에서 홈런 12개를 치며 건재를 과시했다. 그리고 가장 이상적인 모습으로 마지막 도전에 나선다. 올 시즌을 앞두고 자신이 데뷔하고 전성기를 보낸 세인트루이스와 계약한 것. 동시에 "마지막 시즌"이라고 선언하기도 했다.
내셔널리그에도 지명타자 제도가 유지되며 카디널스의 푸홀스를 다시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아무리 푸홀스가 레전드라도 팀 입장에선 데이터를 기반으로 냉정하게 선수의 실력을 판단해야 했다. 2022시즌 초반 푸홀스는 주로 왼손 투수가 상대 선발 투수로 등판한 경기만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푸홀스는 지난 시즌까지 679홈런을 기록했다. 마흔세 살 타자가 한 시즌에 21홈런을 때려내는 건 어려워 보였다. 실제로 4~6월 푸홀스의 홈런은 4개뿐이었다.
그러나 7월 3개를 치며 감각을 회복한 뒤 8월에만 8개를 추가하며 15개를 마크, 대기록 달성 희망을 키웠고, 9월에도 그 기세를 이어가며 기어코 700홈런을 달성했다. 방출 수모를 당했고, 그리 곱지 않은 시선 속에 복귀를 타진했다. 그가 700번째 홈런은 친 뒤 어린아이처럼 환하게 웃은 이유다.
푸홀스는 총 투수 455명을 상대로 홈런을 쳤다. 이 기록에서 본즈(449명)를 앞섰다. 700홈런은 총 세 유니폼을 입고 작성했다. 세인트루이스에서 466개, 에인절스에서 222개, 다저스에서 12개를 기록했다. 푸홀스는 홈구장에서 친 홈런 수(331개)보다 원정 경기에서 친 홈런(369개)이 더 많다. 700홈런 대기록도 지난해는 홈구장이었지만, 현재 원정인 다저 스타디움에서 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