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농구가 자랑하는 ‘조선의 슈터’ 강이슬(28·1m80㎝·청주 KB)이 국가대표팀 승리를 이끌었다.
정선민 감독이 이끄는 여자 농구대표팀은 24일(한국시간) 호주 시드니에 위치한 시드니 슈퍼돔에서 열린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와 2022 국제농구연맹(FIBA) 여자농구 월드컵 A조 조별예선 3차전에서 99-66으로 이겼다. 앞서 중국(44-107)과 벨기에(61-84)에 완패했던 한국은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를 잡고 대회 첫 승을 올렸다.
한국이 여자농구 월드컵 본선에서 마지막으로 승리한 건 정선민 감독이 선수로 활동하던 2010년 체코 대회 이후 12년 만이다. 당시 한국은 16강에서 일본을 65-64로 꺾고 8강에 진출했다. 4년마다 개최하는 이 대회에서 한국은 지난 2014년 터키, 2018년 스페인 대회에서 모두 3전 전패를 당했다.
강이슬이 뜨거운 득점력을 자랑했다. 그는 양 팀 통틀어 가장 많은 37분 30초 동안 뛰며 3점 슛 7개 성공을 포함해 37점 8리바운드 5어시스트 3스틸을 기록했다. 3점 슛 성공률은 50%(7개 성공/14개 시도)에 달했고, 2점 슛도 7개 중 6개를 성공했다. 야투 성공률은 61.9%(13개 성공/21개 시도)를 기록했다. 대표팀의 에이스 역할을 톡톡히 했다.
FIBA에 따르면, 이날 강이슬은 개인 기록을 포인트로 환산한 효율(efficiency) 지수 44를 기록했다. 효율 지수란 득점, 리바운드, 어시스트, 블록, 스틸 등을 더하고 여기에서 야투 및 자유투, 실책 수를 뺀 것으로 집계한다. 이날 강이슬은 긍정적 지수 합계가 53이고, 야투 실패(8개)와 실책(1개)을 뺀 효율 지수 44가 나왔다.
이는 FIBA 여자 월드컵에서 효율 지수를 측정하기 시작한 지난 2014년 이후 한 경기 최고 기록이다. 종전 기록은 호주 출신의 리즈 캠베이지가 2018년 대회 스페인전에서 올린 41이었다. FIBA 홈페이지는 “강이슬이 효율 지수 신기록을 세웠다. 그는 시드니에서 기록적인 밤을 보낸 후 한국의 월드컵 8강 진출을 노린다”고 소개했다.
‘국보 센터’ 박지수가 공황장애 증세로 월드컵 엔트리에서 도중 하차하면서 한국은 높이 싸움에서 열세를 지속해서 드러냈다. 중국전에서 리바운드 대결(29-58)에서 철저히 밀렸고, 벨기에를 상대(30-42)할 때도 제공권을 장악하지 못했다. 리바운드 싸움에서 압도당하자 제대로 된 공격과 수비가 불가능했다.
대표팀은 강이슬을 활용해 외곽과 스피드에서 우위를 점하는 방식으로 경기를 풀어갔다. 강이슬은 팀이 필요할 때마다 외곽 슛에 성공했다. 12-4로 뒤진 1쿼터 초반 연속 3점 슛 성공으로 추격의 고삐를 당겼다. 77-54로 앞선 4쿼터 중반에도 장거리포로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골 밑에 공간이 생기면 드라이빙 인을 통해 득점에 성공했다.
경기 후 강이슬은 대한농구협회를 통해 “개인 기록을 떠나서 팀이 좋은 경기를 펼쳤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기록은 내가 좋게 나왔지만, 모든 선수가 하나가 되어 경기를 뛰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사실 손에 감각이 좋지 않아서 계속 신경이 쓰였다. 오늘만큼은 어떻게든 잘해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대회는 총 12개국이 6개국씩 두 개조로 나뉘어 조별예선을 치른 뒤 각 조 상위 4개국이 8강 토너먼트에 진출해 우승팀을 가린다. A조에서는 FIBA 랭킹 13위 한국을 포함해 미국(1위), 중국(7위), 벨기에(5위), 푸에르토리코(17위),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26위)가 경쟁한다. 한국은 26일 미국과 조별예선 4차전을 갖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