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우석은 지난 23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전 1-0으로 앞선 9회 초 등판, 1이닝 무실점으로 시즌 39세이브를 달성했다. 이로써 2013년 봉중근이 달성한 LG 역대 개인 한 시즌 최다 38세이브를 경신했다. 남은 경기에서 세이브 1개만 추가하면 LG 선수로는 역대 최초 한 시즌 40세이브 고지까지 돌파하게 된다.
이어 25일 선두 SSG 랜더스와의 중요한 일전에선 1-2로 뒤진 8회 말 구원 등판, 2이닝 무실점 호투로 6-2 역전승의 발판을 마련했다. LG는 역전 우승의 희망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 고우석은 팀 승리 못지않게 인천 원정의 악몽을 떨쳐내는 의미 있는 투구였다.
고우석은 사실상 세이브왕을 예약했다. 부문 공동 2위 KT 위즈 김재윤과 KIA 타이거즈 정해영(이상 31세이브)이 남은 전 경기에서 세이브를 챙기더라도 고우석이 세이브 하나만 추가하면 생애 첫 구원왕에 오른다. LG 출신 마지막 세이브 1위는 2003년 이상훈이었다. 고우석이 트윈스 선수로는 19년 만에 최고 마무리로 우뚝 서게 된다.
LG는 김용수-이상훈-봉중근으로 마무리 계보가 이어진다. 고우석도 당당히 이름을 올린다. 그는 "대단한 선배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기록이 생겨 기분 좋다"고 말했다. 이어 "김용수 선배님은 영상으로 봤고, 이상훈 선배님은 2016년 시구 영상을 보면서 정말 멋있다고 느꼈다. 봉중근 선배는 함께 뛰었지만 부상으로 힘들어하시는 모습만 봐서 가슴이 짠하다"고 말했다.
2017년 LG 1차지명으로 입단한 고우석은 2019년부터 마무리 보직을 맡고 있다. 시속 150㎞ 후반대에 이르는 직구에 고속 슬라이더와 각이 큰 커브로 승부한다. 역대 두 번째로 젊은 나이(23세 10개월 11일, 최연소 임창용 23세 10개월 10일)에 개인 통산 100세이브를 돌파했다.
고우석은 "LG 마무리 투수의 자부심을 안고 있다"고 말한다. 마운드에 오를 때 늘 한결같은 마음이다. 그는 "내가 등판해 부진하거나 맞으면 (팀이) 진다. 그래서 더 집중한다"면서 "혹여 맞더라도 고개 숙이지 않고 당당한 모습 보이려고 한다. LG의 마무리 투수로서 (벤치에서) 가장 믿고 마지막에 내보내는 투수인데 고개를 숙이면 자존심을 깎아 먹는 거니까"라고 말했다.
고우석은 올 시즌 10개 구단 최고 마무리 투수로 올라섰다. 블론 세이브는 2차례로 가장 적다. 포스트시즌 진출을 확정 지은 일부 팀이 마무리 투수 부진으로 골머리를 앓지만, LG는 이런 걱정에서 자유롭다. 고우석은 "근거 있는 자신감은 갖되 자만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고 힘주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