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KBO리그 선두 SSG 랜더스가 2위 LG 트윈스와 25일 오후 인천 SSG 랜더스필드에서 정규시즌 마지막 대결을 펼쳤다. SSG 투수 노경은이 9회초 2사 만루서 LG 이영빈에게 밀어내기 볼넷으로 동점을 허용한뒤 아쉬워하고 있다. 인천=정시종 기자 capa@edaily.co.kr 페넌트레이스 우승은 사실상 눈앞에 왔다. 문제는 단기전이다.
SSG 랜더스는 26일 기준 매직넘버 6을 기록 중이다. 많이 남은 듯하지만, 일정은 상당히 유리하다. 잔여 경기에서 3승 4패만 기록해도 2위 LG 트윈스가 잔여 12경기 10승을 거둬야 역전이 가능하다.
-문제는 PS다. 현재 SSG에는 신뢰할 수 있는 필승조 카드를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마무리만 세 번 바뀌었다. 개막전 마무리는 김택형이었는데 5월부터 서진용이 됐다. 여름부터는 문승원으로 바뀌었으나 팔꿈치 통증을 느끼고 지난 23일 1군에서 말소됐다. 고정 마무리가 없는 상황에서 믿을 수 있는 필승조가 롱 릴리프로 기용하던 노경은 한 사람만 남았다. 이는 무리한 기용이 이어졌다. 노경은은 지난주 3연투와 하루 휴식 뒤 2이닝을 던지다 밀어내기로 블론 세이브를 기록했다. 고정된 필승조를 쓰는 '원칙'이 멀티 이닝이라는 '변칙'에 흔들렸다.
팀 불펜 기록은 점점 더 안 좋아졌다. 9월 팀 불펜 평균자책점이 7.13으로 두 번째로 높다. 후반기 시작 후 대체 외국인 투수 숀 모리만도와 문승원·박종훈의 1군 합류로 좋아질 줄 알았으나 서진용의 부진부터 도미노가 이어졌다. 최근 2주는 불펜 평균자책점이 8.62로 리그에서 가장 높았다.
당장 정규시즌 우승은 가능해도 포스트시즌(PS)에서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유력한 한국시리즈 파트너인 LG는 타선(OPS 0.747·26일 기준)과 불펜(평균자책점 3.00) 모두 1위로 SSG(타선 OPS 0.735·불펜 평균자책점 4.54)에 우위에 있다. 선발은 SSG(평균자책점 3.38·1위)가 LG(평균자책점 3.64·4위)에 우위지만, 9월은 LG(평균자책점 2.29)가 SSG(평균자책점 3.00)보다 탄탄했다. 이대로 KS에서 만난다면 SSG가 앞서는 건 더 긴 휴식일 뿐이다.
지난해 10월 12일(한국시간) 미국 메사추세츠주 보스턴의 펜웨이파크에서 열린 2021 메이저리그 아메리칸리그 디비전시리즈 탬파베이 레이스와 보스턴 레드삭스의 경기 4차전. 보스턴 알렉스 코라 감독이 7회 초 태너 하욱을 교체하기 위해 마운드로 올라오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 SSG는 포스트시즌에서 변칙 기용을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 변칙 기용은 메이저리그(MLB) PS에서도 심심치 않게 등장했다. 최근 우승팀 대부분이 적절한 변칙 사용으로 단기전을 제압했다. 2018년 보스턴 레드삭스의 알렉스 코라 감독이 대표적이다. 당시 보스턴은 108승으로 정규리그 최다승을 거뒀다. 선발과 타선이 리그 정상급이었으나 마무리 크레익 킴브럴 등 불펜진이 불안했다. 코라 감독은 마무리 대신 100마일을 던지는 네이선 이볼디를 선발과 롱 필승조로 써서 4승 1패로 우승을 차지했다. 코라 감독은 지난 2021 포스트시즌에서도 선발 닉 피베타와 태너 하욱을 불펜으로 돌려 AL 승률 1위(0.617) 탬파베이 레이스를 쓰러뜨렸다.
대신 변칙에는 원칙이 있어야 한다. 원칙이 변칙에 흔들리는 것과는 달라야 한다. 선수들의 컨디션과 휴식일을 면밀히 관찰해야 하고, 모튼과 맥컬러스의 커브처럼 공격적이고 과감한 전략이 있어야 한다. 원칙이 없다면 팀 성적과 선수의 건강 모두 놓칠 수 있다.
SSG는 27일과 28일 경기가 없고, 잔여 일정이 적고 휴식일이 많아 선발 로테이션이 순서대로 돌아가지 않을 수 있다. 다만 아직 변칙 기용에 대한 결정은 내려지지 않았다. 김원형 감독은 지난 22일 인터뷰에서 “선발들이 너무 잘 던져주고 있다. 불펜이 조금 걱정이지만 남은 경기가 적으니 지켜줘야 한다"며 "하위 선발 투수들을 불펜으로 옮기는 생각도 해봤지만, 아직은 때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로테이션 중에서 외국인 투수들은 내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