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만 총괄 프로듀서가 SM엔터테인먼트 프로듀싱 계약 조기 해지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리며 연예계 안팎에서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간 이수만 프로듀서는 개인 사업자인 라이크기획을 통해 SM엔터테인먼트와 계약을 맺고 프로듀싱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계약이 ‘일감 몰아주기’라고 비판했다. 얼라인파트너스 측은 지난 수개월 간 SM엔터테인먼트가 라이크기획에 일감을 몰아줘 주주와 회사의 가치를 훼손했다고 지적했다. 라이크기획은 SM엔터테인먼트로부터 매출의 최대 6%를 인세로 매년 받아왔다. 이를 합산하면 이수만 프로듀서가 SM엔터테인먼트로 현재까지 받은 총액은 1500억 원, 매년 70억 원 수준이다. 세금을 제하면 연 35억 원 정도로 추산된다.
최근 인기 스타들의 OTT 작품 출연료는 편당 수억 원대다. 시리즈물의 경우 한 작품으로 수십억 원의 출연료를 받는 셈이다. 이수만 프로듀서가 SM엔터테인먼트로부터 현재까지 받아온 금액이 대략 이 정도다. 제작비의 상당 부분이 스타에게 쏠린다는 문제점은 일단 뒤로 하더라도 문화 콘텐츠가 가지고 있는 부가가치가 얼마나 큰지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이수만은 SM엔터테인먼트의 설립부터 함께한 그야말로 ‘K팝 아이돌 스타’의 대부다. K팝 노래들이 미국 빌보드 시장을 호령하는 현재, K팝의 뿌리를 따라 올라가면 그곳엔 SM엔터테인먼트와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가 있다. 크게는 K팝이 현재의 연습생 육성 시스템을 갖추게 된 것, 국내를 넘어 해외로 뻗어 나간 것, 다국적 그룹을 꾸리는 것부터 세세하게는 SM엔터테인먼트 소속 스타들의 히트곡 멜로디, 안무, 제목과 가사에 이르기까지 이수만 프로듀서는 K팝씬 곳곳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발산해왔다. 이수만 프로듀서가 S.E.S에게 ‘드림스 컴 트루’(Dreams Come True)라는 곡을 주기 위해 핀란드 작곡가 리스토(Risto)에게 직접 찾아가 부탁을 해왔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이 외에도 ‘클루’와 ‘노트’를 합쳐 ‘셜록’이라는 하나의 곡으로 만들라고 지시했던 것이나 소녀시대 태티서의 ‘트윙클’ 가사를 ‘눈에 잘 띄잖아’에서 ‘눈에 확 띄잖아’로 바꾼 것, 우연히 ‘넥스트 레벨’을 듣고 이 곡을 에스파 버전으로 만들면 좋겠다는 아이디어를 낸 것 등은 SM엔터테인먼트 소속 스타들의 팬이라면 널리 알고 있는 사실이다.
한국의 뉴 키즈 온 더 블록을 만들겠다는 이수만 프로듀서의 야심 찬 도전은 H.O.T., 신화, S.E.S 같은 국내를 대표하는 1세대 아이돌의 탄생으로 이어졌고, 세계관이라는 꿈은 엑소의 초능력, 에스파의 광야 등으로 구현됐다. 원석은 저절로 가공되지 않는다. 아무리 좋은 재료라도 어떤 셰프의 손에 가닿았느냐에 따라 그 맛은 천차만별로 달라질 수 있다.
‘될 것’을 알아내고 구체적으로 구현해내는 뚝심. K팝 하나만큼은 지독할 정도로 파고들던 이수만 프로듀서의 빈자리를 과연 SM엔터테인먼트는 빈틈없이 채울 수 있을까. 이수만의 퇴장은 정말 SM엔터테인먼트, 나아가 K팝을 더 성장시킬 수 있을까.
SM엔터테인먼트 측은 “라이크기획의 프로듀싱 계약 조기 종료와 관련해 이해 관계자들과 논의를 지속, 최선의 방향을 찾아 앞으로도 K팝 문화와 산업을 리딩하는 기업으로서 지속 성장해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