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는 29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 원정 경기에서 5-3으로 이겼다. 승리의 주역은 1번 타자·우익수로 나선 조용호였다. 이날 5타수 3안타 2타점 2득점을 기록했다. 특히 2루타 1개가 터지지 않아 사이클링 히트(힛 포 더 사이클) 달성을 아쉽게 놓쳤다.
조용호는 1회 3루타, 2회 홈런, 6회 단타를 때려냈다. 8회 초 마지막 타석에서 2루수 앞 땅볼로 물러난 뒤 더 이상 타석 기회가 찾아오지 않았다. 그는 "사이클링 히트 욕심을 냈는데 야구가 쉽지 않다. 기록을 의식하니까 바로 안 좋은 결과가 나와 아쉽다"고 말했다.
조용호가 역대 30번째 사이클링 히트 기록에 도전할 수 있었던 건 홈런 덕분이다. 전날까지 566경기에서 홈런 2개뿐이었는데, 이날 1개를 추가했다.
조용호는 전형적인 '똑딱이' 타자 유형이다. 2017년 1군 데뷔 후 지난해까지 홈런이 전무했다. 데뷔 후 최장기간 연속 무홈런(1631타석, 2위 삼성 라이온즈 강한울 1545타석) 기록의 주인공이가도 했다. 조용호는 6월 2일 인천 문학에서 열린 SSG와 원정경기에서 1군 데뷔 이래 6시즌, 통산 492번째 경기만에 감격스러운 첫 홈런을 터뜨렸다. 8월 19일 사직 롯데전에서 통산 2호, 이날 통산 3호 홈런을 기록했다. 프로 통산 장타율은 0.331로, 올 시즌에 0.387로 가장 높다.
장타력이 향상된 원동력은 타격폼 변화에서 찾는다. 원래는 투수 쪽으로 몸을 열어두고 다리를 벌린 채 '툭툭' 쳤다. 지난해 정규시즌 최종전에서 레그킥을 장착했다.
통증에서 벗어나고 싶어서였다. 조용호는 "고관절이 아파서 3년 동안 너무 힘들었다. 그래서 타격폼을 바꿨다"고 말했다. 이후 신기하게도 통증이 사라졌다. 또한 타구에 힘이 제대로 실렸고, 타구 방향도 우측으로 많이 향했다.
시즌 막바지, 그것도 포스트시즌을 앞두고 변화를 주는 것은 쉽지 않다. 조용호는 "지난해 타율이 0.236이었다. 부진에서 벗어나려면 뭐든지 해야 했다. 변화는 당연해 보였다"라고 기억을 되짚었다.
그였기에 가능한 선택이다. 조용호의 야구 인생을 굴곡지다. 야탑고 졸업 후 신인드래프트에서 지명받지 못했고, 단국대 졸업 후에도 마찬가지였다. 결국 대학 졸업 후 김성근 전 한화 이글스 감독이 이끈 독립구단 고양 원더스에서 뛰었다. 공익근무요원으로 군 복무를 하면서는 생계를 위해 우유 배달, 신문 배달, 피자집 아르바이트까지 가리지 않고 일했다.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에 육성선수로 입단한 조용호는 '악바리 정신'으로 버텼다. 2018년 시즌 종료 후엔 '무상 트레이드'를 통해 KT로 옮기라는 통보를 받았다.
2019년 87경기에서 타율 0.293을 기록한 그는 이듬해엔 132경기에서 타율 0.296을 올렸다. 하지만 지난해 극심한 부진 속에 입지가 좁아졌다. 고관절 통증까지 심해 다시 한번 벽을 마주한 그는 과감한 변화를 통해 제2의 전성기를 열어젖혔다. 29일 기준으로 타율 0.312를 기록, 팀 내 1위·리그 전체 9위에 올라 있다. 데뷔 첫 3할 타율 달성도 점점 다가오고 있다. 그는 "레그킥을 시작한 게 주효했다"라고 말한다. 이어 "이전에는 슬럼프에 빠지면 뾰족한 수가 없었다. 레그킥을 장착하고선 다양한 변화를 주기 쉬워 슬럼프 탈출도 훨씬 용이하다"고 설명했다.
KT는 키움 히어로즈와 3위 싸움하고 있다. 팀 공격의 선봉장을 맡은 조용호는 "이강철 감독님께서 안경을 착용하기 시작한 뒤 훨씬 차분해진 모습"이라며 "감독님께서 '팀 성적은 내가 책임질 테니 너희들은 '편하게 하라'고 매일 얘기하신다. 우리는 하던 대로 열심히 하면 된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