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빈은 9월 넷째 주 등판한 2경기에서 12와 3분의 1이닝을 던지며 2승 평균자책점 2.92를 기록했다. 이 기간 다승 1위. 일시적인 호투가 아니다. 그는 후반기 9경기에서 5승 1패, 평균자책점 2.38을 올릴 정도로 안정감 있는 투구를 이어가고 있다. 일간스포츠와 조아제약은 잠재력이 만개한 곽빈을 9월 넷째 주 최우수선수(MVP)로 선정했다.
곽빈은 “이런 상을 처음 받아봐서 아주 놀랐다. 정말 감사하다”며 “화요일(20일 NC 다이노스전) 투구 수가 많았는데 결과가 좋았다. 그게 일요일(25일 한화 이글스전) 편하게 던질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고 돌아봤다.
최고 시속 155㎞ 강속구를 구사하는 곽빈은 선발 첫 시즌인 지난해 심각한 제구 난조에 시달렸다. 9이닝당 볼넷이 7.21개에 달했다. 반면 올 시즌, 특히 후반기에 제구력이 좋아졌다. 직구는 물론 변화구로 스트라이크를 잡는 장면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곽빈은 “내 피칭 밸런스를 찾으면서 여유가 생겼다. 그래서 직구만 마구 던지지 말고 더 똑똑하게 던지려고 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시속 140㎞가 넘는 슬라이더에 커브도 능숙하게 구사한다. 여기에 지난해 던져본 포크볼 대신 원래 구사하던 체인지업을 세 번째 변화구로 선택했다.
체인지업에 집중한 이유를 묻자 곽빈은 “원래 고교 때부터 던졌던 구종이다. 난 투구하는 팔 각도가 낮은 편인데, 그러면 포크볼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어려워 체인지업을 선택했다. 제구가 잘 돼 (체인지업을) 결정구로 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제구를 찾아준 건 기술보단 멘털이다. 곽빈은 “올해 초만 해도 나에 대한 의심이 많았다. 이제 의심이 확신으로 변하면서 멘털도 단단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두산 포수 박세혁도 곽빈의 든든한 지원군이자 멘토다. 곽빈은 “세혁이 형은 아쉬웠던 경기가 있으면 다음 날 바로 이야기를 해준다. 경기 중 내 표정이 좋지 않으면 마운드로 올라와서 장난도 치며 웃게 해준다. 한 번은 마운드로 찾아와 영어로 내 이름을 부르면서 장난치신 적이 있다”고 떠올렸다.
안우진(키움 히어로즈)과 초등학교 때부터 가까웠던 곽빈은 친구에게도 조언을 구한다. 곽빈은 “친구 사이여서 서로 칭찬은 잘 하지 않는다”고 웃으면서도 “우진이가 요새는 ‘네 공을 찾은 것 같다’고 하더라”고 했다. 나름의 칭찬인 셈이다.
곽빈은 여전히 더 좋은 투수가 되길 원한다. 시즌 전 인터뷰에서 “볼넷이 많은 이미지로 굳어진 게 아쉽다. (타자를) 피하지 않고 던지겠다”고 했던 그는 “목표를 다 이룬 건 아니다. 이닝당 투구 수(평균 17.7개)가 좀 많다. 한 타석을 4구 안에 끝내는 투수가 되고 싶다"며 "투구 템포도 좀 느리다. 외국인 투수로 온 브랜든 와델의 템포가 빨라서 지켜보게 되더라. (내가 던질 때) 수비하는 형들을 편하게 해주고 싶다”고 했다.
올겨울 목표를 묻자 그는 “(2022년은) 프로 입단 후 가장 많이 던진 해다. 회복에 집중하겠다. 내년에는 잔 부상 없이 좋은 폼을 풀 시즌 동안 유지하도록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두산은 세대교체가 한창이다. 많은 주축 선수들이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어 이적했고 올해 초에는 유희관, 지난 28일에는 베테랑 오재원이 은퇴를 선언했다. '왕조 막내'였던 곽빈도 주축이 될 때다.
곽빈은 “이제는 팀에 어린 투수들이 많다. 나와 정철원, 박신지 등 1999년생들도 마냥 어린애가 아니라 중간 역할을 할 때가 됐다"며 "투구할 때도 책임감이 있어야 한다. 우리 세대가 뭔가 보여줘야 후배들도 따라올 것”이라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