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형 SSG 랜더스 감독. IS 포토 통산 134승의 대투수가 초보 감독이 됐다. 그리고 2년 차 만에 우승을 거머쥐었다.
SSG 랜더스는 4일 잠실 LG 트윈스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에서 KIA가 승리하면서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했다. 개막전부터 최종전까지 모두 1위인 사상 첫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이다.
수백억 원을 들여 만든 스타 선수단도 막강했지만, 사령탑의 역할 역시 컸다. 쌍방울 레이더스와 SK 와이번스에서 통산 134승을 거뒀던 김원형 SSG 감독은 감독 부임 후 불과 2년 만에 정규시즌 우승을 달성했다.
김 감독은 5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을 앞두고 인터뷰에서 "전날 1위 확정 순간에 서울 숙소에 TV로 경기를 보고 있었다. 우승이 결정된 걸 확인하고 기분이 정말 좋았다"고 돌아봤다. 그는 "6개월간 쉽지 않은 일인데 1위를 놓치지 않고 한국시리즈 직행을 만들어낸 선수들이 대견스럽다"고 소감을 전했다.
김원형 감독은 "늘 경기 전부터 집중하고,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신경을 쓰면서 매 경기 이기고 싶었다"며 "지난해 투수와 포수들에게 예민하게 군 적이 많았다. 올해는 선수단에게 어느 정도 맡기는 분위기로 바꿨는데, 좋은 결과를 낳은 것 같다"고 돌아봤다. 이어 "잔소리를 많이 하는 초보 감독 밑에서 좋은 코치들이 고생한 덕분에 정규시즌 1위를 해냈다. 코치들이 선수들과 관계 개선을 위해 많이 노력했다"고 코치들의 조력을 부각했다.
한국시리즈까지는 약 3주가 남았다. 9월 들어 철저하게 무너진 불펜들, 다소 버겁고 치열한 일정을 소화한 베테랑들에게 달콤한 휴식이 기다리고 있다. 김 감독은 "선수들이 체력을 회복하는 게 중요하다"며 "1·3루에서 주자 협살 등 기본적인 수비 훈련을 보강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시즌 중 세 번이 바뀐 마무리 투수 보직에 관해 묻자 "3주간 고민해보겠다. 지금은 노경은이 잘하고 있다"라고 웃으며 여지를 남겼다. SSG는 개막전 마무리 김택형으로 출발했으나 이후 서진용과 문승원이 연이어 보직을 이어받았고 현재는 노경은이 뒷문을 맡고 있다.
김 감독은 다른 고마운 이가 없냐는 질문에 "선수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많다"며 선수단에 대한 마음을 한 번 더 전했다. 그는 "경기에 잘 나가지 못하는 선수들도 있었을 것이고, 내가 선수단에게 강하게 말하는 부분도 있었다"며 "그런데도 선수들이 생일도 챙겨주고 고맙게 행동해줬다. 한편으로는 미안했다. 그리고 선수들이 나에게 해주는 만큼 내가 선수단에게 해주지 못해 작아진다는 느낌이 들 때도 있었다"고 했다. 이어 "선수 때는 오로지 그냥 야구만 했는데 감독은 또 신경 쓸 게 많다는 것을 50살이 넘어서 배웠다. 선수들에게 미안하고 고맙다. 조금 더 신경 쓰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