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차 '김원형 SSG 랜더스 감독이 주변의 의구심과 숱한 위기를 이겨내고 144경기 레이스를 마무리했다.
SSG는 지난 4일 라이벌 LG 트윈스가 KIA 타이거즈전에서 패하면서 12년 만의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했다. '왕조 시대'였던 2010년 SK 와이번스(SSG 전신) 이후 첫 달성이다. 개막전부터 마지막까지 1위를 수성한 사상 첫 '와이어 투 와이어'이었다.
'역대급' 팀 연봉을 푼 SSG는 개막 전부터 우승 후보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아무리 연봉이 높아도 우승 전력이라고는 확신할 수 없었다. 디펜딩 챔피언 KT 위즈는 4번 타자 박병호를 영입해 2년 연속 우승을 노렸다. 지난해 3위였던 LG도 중심 타자 김현수를 6년 총액 115억원에 잔류시켰고, 국가대표 중견수 박해민(4년 총액 60억원)과도 계약했다.
실제로 SSG는 위기도 많이 겪었다. 개막 10연승을 거두고 출발한 4월에는 독주했으나 이후 상위권 팀들의 추격이 시작됐다. 전반기에는 키움 히어로즈가 1.5경기 차(7월 6일 기준)까지 쫓아왔다. 후반기에는 LG가 맹렬히 따라왔다. SSG가 불펜 난조로 흔들리던 막판 양 팀의 승차는 2.5경기(9월 21일 기준)까지 좁혀졌다.
선수들 컨디션에도 기복이 있었다. 지난겨울 팔꿈치 수술을 받았던 추신수는 외야수로 나서지 못했고, 초반 타격감도 좋지 않았다. 최정은 엄지 통증에 시달렸다. 전반기 무적(전반기 평균자책점 1.96)이었던 외국인 에이스 윌머 폰트는 후반기 평균자책점 4.20으로 흔들렸다. 이반 노바와 케빈 크론은 부진 끝에 퇴출됐다.
SSG가 끝까지 1위를 지킨 건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쳐준 선수들의 힘이 컸다. 그리고 그 선수들에게 보내준 김원형 SSG 감독의 믿음이 만든 성과였다. 선수 시절 통산 134승 144패를 기록한 김 감독이지만, 사령탑으로는 겨우 2년 차였다. 능수능란한 작전과 경기 운용은 없었지만, 뚝심을 발휘하며 젊은 선수들이 뿌리내릴 수 있게 했다.
외야수 최지훈은 지난해 정상급 수비로 주전 자리를 굳혔다. 그러나 타율이 0.262에 불과한 '반쪽짜리' 주전이었다. 그래도 최지훈은 올 시즌 개막전부터 꾸준히 2번 타자 자리를 지켰다. 시범경기부터 그를 2번 타자로 쓰겠다고 못 박은 김원형 감독의 믿음 덕분이다. 최지훈은 올 시즌 타율 0.306 173안타 10홈런 93득점 31도루를 기록한 특급 테이블 세터로 변신했다.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기여도)은 5.59로 야수 전체 4위다.
유격수 박성한도 김원형 감독의 작품이다. 지난해 타율 0.302를 기록하면서도 박성한은 연달아 실책을 저질렀다. 김 감독은 그를 믿고 수비를 고정(2021년 993과 3분의 2이닝 소화)했다. 주전 2년 차인 올해도 타율 0.299를 기록 중인 그는 타격뿐 아니라 수비에서도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5월 18일 열렸던 잠실 두산 베어스전에서는 1사 만루 상황에서 조수행이 친 안타성 외야 타구를 좌익수 오태곤과 합작해 병살타로 바꿨다. 실책은 24개로 지난해(23개)보다 한 개 많지만, 무려 1152이닝(내야수 2위)을 소화 중이다.
1군 데뷔 시즌에 12홈런 장타율 0.479를 기록한 전의산도 적시에 기용한 김원형 감독의 판단이 컸다. 지난 6월 8일 부진했던 크론을 2군에 내렸던 SSG는 1루 대체 자원으로 3년 차 전의산을 올렸다.
1군 경험이 한 번도 없었던 전의산은 첫 경기부터 2루타를 터뜨린 뒤 5경기 연속 안타를 쳐냈다. 김원형 감독은 "전의산의 활약이 일시적일 것 같지 않다. 앞으로 계속 잘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그에게 기회를 줬다. 전의산은 6월과 7월 타율 0.301 OPS(출루율+장타율) 0.961 8홈런을 기록했다. 당시 키움의 추격을 뿌리치는 데 큰 힘이 됐다. 선발 오원석(평균자책점 4.41)·내야 유틸리티 플레이어 최경모(타율 0.310) 등도 기회를 받은 만큼 보답했다.
김원형 감독은 완벽한 사령탑이 아니었다. 시즌 내내 불펜진은 불안했고 타선 엇박자, 포수 기용 등에서 아쉽다는 평가가 많았다. 그러나 올 시즌 SSG는 기어이 1위를 지켰고, 그만큼 귀중한 '미래'를 함께 얻었다. 김원형 감독의 뚝심 덕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