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유섬은 지난 2018년 당시 SK 와이번스(SSG의 전신) KS 우승의 주인공이었다. 그는 우승을 결정한 6차전 연장 13회 초 유희관을 상대로 결승 솔로포를 터뜨려 팀의 5-4 승리와 한국시리즈 4승(2패)을 이끌었다.
4년이 흘렀다. 당시 한동민이었던 그는 2020년 부상을 겪은 후 한유섬으로 이름을 바꿨다. 지난해 31홈런 95타점을 치며 부활한 그는 올 시즌을 앞두고 5년 60억원의 다년 계약을 맺고 팀 주장도 맡았다. 팀을 이끌면서 정규시즌 우승에 힘을 보탰고, 타석에서도 21홈런 100타점(5일 기준)을 기록해 중심 타자 임무를 완수했다.
SSG가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한 건 지난 4일이었다. SSG 경기가 없는 날이었고, LG 트윈스가 패하면서 우승을 확정했다. 서울 원정 숙소에 머무르고 있던 선수단은 '집관'으로 우승을 즐겼다.
한유섬은 “그 순간 잠시 좋았다. 시즌 초부터 힘든 여정을 거쳐온 게 주마등처럼 스쳐 갔다. '와이어 투 와이어를 했구나'라고 잠시 기뻐했던 것 같다”고 떠올렸다. 우승 자체에 감동한 건 아니지만, 개막전부터 시즌 마지막까지 1위를 지킨 자부심은 확실했다. 그는 “와이어 투 와이어를 이뤘다는 자부심은 나뿐 아니라 선수들, 코치진도 가지고 계실 것이다. 최초 기록은 정말 값진 것”이라고 말했다.
'우승 주장'이자 4번 타자였던 한유섬은 자신의 역할은 크지 않았다고 했다. 한유섬은 “난 그냥 (특별한 공헌 없이) 올해 주장을 맡았을 뿐이다. 선수들이 너무 잘해줘서 나를 올려준 게 아닌가 싶다"며 "내가 잘했다기보다는 팀 밸런스가 좋았다. 누군가 안 될 때는 다른 누군가가 해줬다"고 떠올렸다.
투·타 역할 분담도 마찬가지다. 후반기엔 마운드가 흔들렸지만, 그만큼 타자들이 잘했다. 그는 "시즌 초중반 투수가 너무 잘 던져줬다. 투수들이 지치는 건 당연했고, 타자들이 득점 지원해서 (후반에도) 이길 수 있었던 것 같다"며 "개인이 다 잘하면 항상 이길 것이다. 하지만 야구는 그게 정말 힘든 스포츠 중 하나다. 올해 SSG는 밸런스가 잘 맞았던 팀 같다"고 설명했다.
주장 역할에 관해 묻자 한유섬은 “말수(조언)를 많이 줄이자고 생각했다. 후배들이 알아서 하도록 놔두다가 정말 이야기를 해줘야 할 때 한마디씩 했다"며 "잔소리로 들렸을 수 있지만, 편하게 (플레이)하고 부담은 선배들 몫이라고 (후배들을) 감싸줬던 것 같다”고 전했다.
SSG에 남은 건 KS 우승이다. KS MVP(최우수선수)에 재도전할 것이냐고 묻자 한유섬은 “나는 한 번 해봤다. (동료들과) 나눠서 해야 한다. 시리즈에서 미쳐야 한다. 난 MVP를 받을 때 조금 부끄러웠다. 수상 욕심 없이 우승까지 잘 마무리하고 싶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