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우리가 사는 현재는 ‘혐오의 시대’일지 모른다. 온라인 공간에서 타인에 대한 증오나 불만을 필터링 없이 즉각 표현할 수 있는 세상. 악플이 사람의 목숨을 앗아가도 여전히 자신의 발언에 정당성 딱지를 붙여 혐오 표현을 재생산하는 이들은 많다. 반목하는 상대를 특정하는 혐오 표현은 이미 일상생활에 깊이 스며들어 있다.
‘없는 영화’로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된 진용진을 8일 오후 부산시 중구 BNK부산은행 아트시네마에서 만났다. ‘없는 영화’는 영화 리뷰의 형식을 차용한 영화.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영화의 리뷰이기 때문에 ‘없는 영화’라는 이름이 붙었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 출품된 ‘없는 영화’ 작품은 ‘어르신(02년생)’, ‘RPG 게임(도를 아십니까)’, ‘마스크(나를 좋아해주는 사람)’, ‘그리운 사람(당신의 이야기)’ 등 네 편. 관객과의 대화(GV)에 참석하고 나온 그는 “너무 싸우는 이야기만 나오나 싶어서 반성을 많이 하게 됐다. 연속으로 이어서 보니 조금 다른 걸 시도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이야기했다.
사실 갈등에 대한 진용진의 관심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의 유튜브 출세작인 ‘그것을 알려드림’ 속 많은 이야기들이 그랬고, 그가 만든 웹 예능 프로그램 ‘머니게임’이 그랬다. “갈등이 유발되는 상황에 특히 관심이 많은 것 같은데 이유가 있느냐”고 묻자 “안 그럴 수가 없는 세대”라는 답이 돌아왔다.
“비단 저뿐만이 아닌 것 같아요. 우리 세대, 그러니까 0090세대들은 혐오의 세상에서 살고 있는 것 같아요. 남녀갈등도 그렇고 혐오 표현도 너무 많고요. 유튜브나 커뮤니티를 보다 보면 엄청난 댓글들이 많아요. 누군가를 비하하고 깎아내리는 표현을 스스럼없이 하죠. 그래서 제가 갈등에 갇혀 산다기보다는 그냥 그런 갈등들이 계속 제 귀에 들어온다고 이야기하는 게 맞을 것 같아요. 자신이 거쳐왔던 문제에 관심을 갖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잖아요.” 콘텐츠 제작자로서 진용진은 자신이 만드는 영상이 더 많은 이들에게 소구할 수 있게 하기 위해 고민한다. 부산에서 주로 머물며 작업을 하고 있다는 그에겐 일과 삶의 경계가 그다지 없어 보였다. “시청자로서는 어떤 영상을 보느냐”고 묻자 “주로 여자분들이 찍는 일상 브이로그나 장작 소리 ASMR 같은 걸 본다. 편안한 영상을 좋아한다”고 답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번 ‘부산국제영화제’ 이후에도 진용진의 스케줄엔 끝이 없다. ‘없는 영화’ 최초의 6부작 시리즈를 기획하고 있고, OTT용 시리즈를 위한 시나리오 작업도 하고 있다. 극본, 연출, 가끔은 출연까지. 정말 몸이 두 개라도 모자랄 지경.
“지금 제 콘텐츠는 MZ세대 분들이 많이 좋아하세요. 특히 남자 구독자가 많고요. 성별, 연령을 뛰어 넘어 더 두루 사랑받을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고자 고민을 많이 하고 있어요. 콘텐츠 제작자라면 많은 사람들을 웃고 울리고 공감하게 할 수 있는 작품을 누구라도 만들고 싶지 않을까요.”
‘없는 영화’는 커뮤니티비프의 ‘커비컬렉션’ 섹션 ‘커비스 픽’에서 관객들과 만난다. ‘커비컬렉션’은 커뮤니티비프가 엄선한 주목할 만한 화제작과 유튜브, K팝 아티스트 콘셉트 비디오 등 영상 문화 트렌드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