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K리그1(1부) 인천 유나이티드는 9년 만에 파이널A(1~6위)에 진출해 파이널 라운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인천은 파이널 라운드에 돌입하면서 공격력을 걱정했다. 팀 41득점으로 파이널A 6개 구단 중 팀 득점 부문 최하위에 그쳤기 때문이다. 여기에 시즌 도중 K리그2(2부) 경남FC에서 데려와 맹활약한 에르난데스(브라질)가 발목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하면서 걱정은 더 커졌다.
인천은 파이널 라운드 2경기에서 무득점에 그쳤다. 득점이 절실한 상황에서 인천은 지난 11일 인천축구경기장에서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진출을 놓고 경쟁하는 제주 유나이티드를 상대했다. 부담스러운 상대였지만 조성환(52) 인천 감독은 “우리 팀 선수들이 원래 득점을 많이 하는 선수들이 아니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도 홍시후, 김보섭, 김민석 등 젊은 선수들로 공격진을 꾸려 제주를 압박했다.
조성환 감독의 용인술이 통했다. 인천은 빠른 속도를 가진 공격수들이 제주의 뒷공간을 노리며 맹공을 퍼부었다. 문전 쇄도, 세트피스 등 공격 전개에서 제주보다 월등한 경기력을 뽐냈다. 계속해서 제주 골문을 두드린 이동수, 김민석, 홍시후가 차례로 골망을 가르며 인천의 승기를 잡았다. 인천은 후반 한 골을 허용했지만, 3-1로 승리해 제주와 상대 전적에서 2승 1무 1패로 우세를 기록했다.
홍시후가 인천의 승리 주역이다. 홍시후는 이날 오른쪽 측면 공격수로 선발 출전해 전반 26분 이동수의 첫 골을 도왔고, 후반 12분엔 김민석의 패스를 받아 쐐기 골을 터뜨렸다. 올 시즌을 앞두고 성남FC에서 인천으로 트레이드 이적한 홍시후는 개막 25경기 만에 처음으로 공격 포인트를 올렸다. 그는 도움을 기록한 후 눈물을 흘렸고, 골을 넣고선 경기장에 큰절했다.
경기 후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서 만난 홍시후는 “도움이 나오자마자 '드디어 내가 만들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감정이) 울컥해 눈물이 조금 났다. 선배들은 ‘계속 침착하라. 더 할 수 있다’며 응원해 주셨다”며 “홈 경기장에서 골을 넣어서 감사하다는 의미로 절을 했다”며 수줍어했다.
홍시후의 트레이드 맞상대인 구본철은 5골·3도움으로 좋은 성적을 기록했다. 공격포인트가 없었던 홍시후는 구본철의 활약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었다. 홍시후는 “트레이드가 됐으니 상대 선수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면서 “속마음으로 ‘포지션을 바꿔볼까’ ‘차라리 수비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할 정도로 힘들었다”며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홍시후의 활약에 ACL 진출에 가까워진 조성환 감독도 환한 웃음을 보였다. 조 감독은 “어린 선수들의 활약에 감독으로서 더할 나위 없이 희열을 느낀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선전해주고 있다”며 “홍시후는 그동안 마음고생이 심했다. 앞으로 더 자신감을 갖고 경기에 나섰으면 한다”고 격려했다.
리그 4위(승점 53) 인천은 3위(승점 56)인 포항 스틸러스와 오는 16일 홈 경기를 치른다. 포항을 눌러야만 창단 후 처음으로 ACL에 진출할 가능성이 커진다. 조성환 감독은 “다른 팀보다 (ACL 진출에) 반보 정도 앞서있다고 생각한다. 포항과 홈 경기에 전력을 다 쏟을 것이다. 필승이다. 포항과 리그 상대 전적(1무 2패)이 좋지 않지만, 팬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반드시 좋은 결과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