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태 타이거즈 후예들이 지휘봉을 쥐고 만났다. IS포토 '타이거즈 왕조' 후예들이 지휘봉을 잡고 2022년 가을 축제의 서막을 연다.
정규시즌 4위 KT 위즈와 5위 KIA 타이거즈가 13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2022 KBO리그 포스트시즌(PS) 와일드카드 결정 1차전을 치른다. '디펜딩 챔피언' KT는 시즌 초반 강백호 주축 선수들의 부상으로 하위권에 처졌다. 그러나 6월 이후 이적생 거포 박병호의 활약을 앞세워 상위권으로 올라섰다. KIA는 지난겨울 사장·단장·감독을 모두 교체하는 강수를 뒀다. 스토브리그에선 FA(자유계약선수) 최대어 나성범을 영입해 공격력을 보강했다. 5월 월간 승률 1위(0.692)를 기록한 KIA는 시즌 막판 불펜 난조를 극복하며 4년 만에 PS 무대에 복귀했다.
사령탑 맞대결이 눈길을 끈다. 이강철 KT 감독과 김종국 KIA 감독 모두 1980~90년대 프로야구를 호령한 해태 타이거즈의 적통이다. 광주제일고 출신 선·후배 사이고, 7년 터울로 프로 무대에 입성했다. 평소 친분도 두텁다.
1989년 1차 지명으로 입단한 이강철 감독은 10년(1989~1998) 연속 두 자릿수 승리를 해낸 에이스였다. 지난해까지 타이거스 소속 투수 최다승(151승) 최다 탈삼진(1702개)을 기록했다. 강팀 DNA를 물려받은 그는 KIA 코치를 거쳐 키움 히어로즈·두산 베어스 등 여러 팀에서 경험을 쌓은 뒤 2018년 10월 KT 지휘봉을 잡았다. KT를 강팀 반열에 올려놓았고, 지난해 통합 우승까지 이끌었다.
김종국 감독은 1996년 1차 지명으로 입단, 안정감 있는 수비로 KIA 내야를 지켰다. 은퇴 뒤에도 타이거즈 유니폼만 입고 지도자 생활을 했고, 작전·주루·수석코치를 두루 거친 뒤 지난해 사령탑에 올랐다. 선수로 3번(1996·1997·2009), 코치로 1번(2017) 한국시리즈(KS) 정상을 경험했다.
레전드 40인 시상식에 시구자로 나선 이강철(오른쪽) 감독과 시포자로 나선 김종국 감독. 사진=KT 위즈 김종국 감독은 취임 뒤 "이강철 감독님은 부드러우면서도 강단이 있는 지도자다. 선수 시절부터 인내하는 모습을 보며 높은 내공을 느꼈다. 감독님을 롤모델로 삼고 있다"고 했다. 이강철 감독도 "김 감독은 후배들을 이끄는 통솔력과 카리스마가 있는 지도자"라며 후배를 치켜세웠다.
이강철 감독은 그동안 '엄마 리더십'을 보여줬다. 젊은 선수, 베테랑 선수, 외국인 선수를 가리지 않고 서슴없이 먼저 말을 걸며 유연한 팀 분위기를 만들었다.
김종국 감독은 선수 시절 '군기반장'으로 통할만큼 다가서기 어려운 선배였다. 감독 부임 뒤에는 코치·선수들의 얘기를 직접 듣고, 팀 운영에 반영할 만큼 소통을 중시했다. 그러면서도 기본기를 지키지 않는 선수는 가차 없이 경기에서 제외하는 강단을 보여주기도 했다.
두 감독은 8월 20일, 짧은 시간 배터리를 이뤘다. '프로야구를 빛낸 레전드 40인'에 선정된 이 감독이 시상식에 앞서 경기(KT-KIA전) 시구자로 나섰고, 해태 왕조 시절을 함께 보낸 김 감독이 시포를 맡은 것.
이제 서로에게 칼을 겨눈다. 김종국 감독은 "역대 처음으로 5위가 준플레이오프에 올라가는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며 전의를 드러냈다. 이강철 감독도 영광의 시절을 보낸 친정팀을 제물로 더 높은 무대 진출을 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