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호랑이의 해에 울산의 호랑이들이 춘천에서 포효했다. 프로축구 K리그1(1부) 울산 현대는 17년의 와신상담 끝에 세 번째 ‘별(우승)’을 획득했다.
울산은 16일 춘천송암스포츠타운에서 열린 강원FC와 37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2-1로 이겼다. 승점 76(22승 10무 5패)가 된 울산은 우승 경쟁을 벌이던 전북 현대를 제치고 2005년 이후 17년 만의 리그 정상에 올랐다. 잔여 경기 결과와 상관없이 1996년, 2005년에 이어 세 번째 리그 우승을 이뤘다. 6년 연속 리그 우승을 노리던 전북 현대의 ‘업셋’을 허용하지 않았다.
17년 만에 우승한 울산은 ‘준산(준우승+울산)’ 오명을 벗어던졌다. K리그 최다 준우승팀(10회) 울산은 최근 3시즌 연속 전북에 밀려 우승 트로피를 들지 못했다. 2019시즌 울산은 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포항에 1-4로 패하며 전북에 다득점(전북 72, 울산 71)에서 밀려 역전 우승을 허용했다. 2020시즌과 2021시즌에도 전북과 맞대결에서 일격을 당하며 준우승에 머물렀다.
올 시즌도 순탄치 않았다. 공격수 이동경(샬케 04), 이동준(헤르타 베를린·이상 독일), 오세훈(시미즈 에스펄스·일본)이 차례로 해외 리그로 떠났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은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FA(대한축구협회)컵 준결승전에서 전북과 120분 혈투를 펼쳤으나, 1-2로 무릎을 꿇었다. 전북과 승점 격차가 10점에서 5점 차까지 좁혀지기도 했다.
리그 우승의 염원을 이루기 위해 ‘선택과 집중’을 하는 전략을 선택했다. ACL, FA컵 대신 리그 우승에 ‘올인(all-in)’하는 승부수를 던진 것이 통했다. 전북과 맞붙은 FA컵 준결승전에서 로테이션을 가동해 주전 선수들의 체력을 아꼈다. 그 결과 FA컵 직후 치른 리그 경기에서 전북을 2-1로 꺾었다. 이어 포항과 1-1로 비기면서 우승 9부 능선을 넘을 수 있었다.
시즌 막바지 정상에서 미끄러지는 ‘가을 트라우마’를 마침내 극복했다. 가을 트라우마는 구단, 선수단, 팬들에게 모두 고역이었다. 홍명보 감독은 “시즌 막바지에 미끄러지는 ‘가을 트라우마’가 선수들에게 있다”면서도 “선수들 스스로 자신감 갖고 극복해낼 줄 아는 용기가 필요하다”며 북돋워줬다.
울산은 강원 상대로 22경기 연속 무패(18승 4무) 행진을 이어갔다. 울산은 2012년 7월 15일 홈에서 강원에 2-1로 이긴 것을 시작으로 최근 10년 동안 한 번도 패하지 않았다. 역대 전적에서도 24승 5무 2패로 압도적 우위를 유지했다. 올 시즌 상대 전적에서는 4전 전승으로 승률 100%를 기록했다.
선제 득점은 강원에서 나왔다. 후반 20분 강원 미드필더 정승용이 울산 문전으로 침투하는 과정에서 상대 수비수의 반칙을 끌어내 페널티킥을 얻어냈다. 주심은 온필드리뷰(VAR)를 거쳐 페널티킥을 최종 선언했다. 키커로 나선 강원 공격수 김대원이 골대 오른쪽 구석에 정확히 차 넣었다. 김대원의 올 시즌 12호 골. 양 팀 벤치의 희비가 엇갈렸다.
위기의 울산에 ‘새끼 호랑이’ 엄원상과 ‘헝가리산 탱크’ 마틴 아담이 있었다. 후반 29분 마틴 아담의 헤딩 패스를 받은 엄원상이 문전으로 침투하며 오른발 발리슛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엄원상의 리그 12호 골. 이어 후반 40분엔 마틴 아담이 울산의 코너킥 상황에서 김기희가 건넨 공을 몸으로 밀어 넣으며 결승 골을 넣었다. 마틴 아담의 리그 9호 골.
경기 종료를 알리는 주심의 휘슬이 울리자 원정석을 메운 1234명의 울산 원정 팬의 환희로 경기장이 가득 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