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를 따내지 못했지만, 안우진(23·키움 히어로즈)이 다시 한번 큰 무대에서 에이스의 힘을 증명했다.
안우진은 16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2 KBO리그 포스트시즌(PS)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KT 위즈를 상대로 선발 등판해 6이닝 3피안타 1볼넷 9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직구 최고 시속 157㎞를 기록했고, 제 3구종으로 커브를 17구나 던졌다. 총 투구 수가 88구로 다소 적었다. 손가락 물집이 생긴 탓이었다.
홍원기 감독은 "손가락 부상이 심각한 상태는 아니었다. 7회도 본인 의지는 매우 강했다. 올라가고 싶다고 했는데 우리(코칭스태프) 판단으로 내렸다. 시즌 마지막 경기라고 한다면 밀고 나갔을 텐데 남은 경기를 생각해서 힘들었지만 과감한 결정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다음은 안우진과 일문일답.
-부상 상태는 어떤가. "물집 있고 팔이 좀 결려서 그 부분 때문에 7회 못 올라간 것 같다."
-본인은 등판 원했다던데. "감독님께 던질 수 있을 것 같다고 계속 말씀드렸다. 안된다 하셔서 (7회 첫 타자인) 박병호 선배님까지만 상대하고 싶다고 했는데 다음 경기를 위해 바꿔주신 것 같다. 다음 등판 때는 지장 없다."
-오늘 평소보다 볼 비율이 높았다. 투구 전략 때문인가. "홈런 한 방을 조심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박병호 선배님이나 앤서니 알포드 같은 한 방 있는 선수들을 조심하면서 던졌다. 그래서 볼이 많았다."
-정규시즌과 다르게 준비한 내용이 있나. "카운트를 잡으려고 (스트라이크존 안으로) 쓱 밀어 넣는 공은 오늘 아예 던지지 않았다. 직구와 슬라이더를 모두 강하게 던졌고, 커브도 많이 썼다. KT 타선에 우타자가 많아서 직구와 슬라이더만으로는 힘들다고 생각해 커브까지 열심히 준비했던 게 잘 됐던 것 같다. 연습할 때도 커브를 많이 던졌다. 준비해도 마운드에 올라가서 안 쓸 때도 있다. 그래서 커브를 어떻게 던질지에 대한 생각을 제 머리에 넣어뒀던 것 같다."
-7회 박병호 타석까지 상대하고 싶다 했다. 박병호와 상대한 앞 타석을 복기해본다면. "4회 초 선배님의 두 번째 타석에서 직구를 강하게 던졌다. 보더라인에서 조금 빠지는 공이었는데, 선배님이 그걸 밀어서 파울 홈런 만드셨다. 거기에서 한 번 놀랐다. 다시 직구를 몸쪽으로 붙였는데, 다행히 하이패스트볼로 들어가서 삼진이 나왔다."
-7회 바뀌자마자 박병호의 홈런이 나왔다. 내가 던졌으면 잡았겠다는 생각은 안 했는지. "선배님과 상대하고 싶었던 건 있지만, 감독님과 코치님 모두 다음 경기를 위해 바꾸는 것이라 하셨다. 저를 먼저 생각해주셨던 것이라 그런 생각은 하지 않았다."
-8회 동점이 된 후 더그아웃에서 안쪽으로 들어가는 모습이 보였다. "(실점하지 않도록) 기도하면서 보고 있었는데 안타가 되면서 아쉬웠던 것 같다. 잠깐 뒤로 들어갔지만, 내 개인적인 승리가 아니라 팀이 이겼으면 하는 경기였다. 승리가 날아간 건 전혀 아쉽지 않다고 생각한 후 뒤에서 숨을 한번 쉬고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