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서도 양심도 없이 모든 게 무너진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위험한 거래를 하는 미친 자들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17일 오후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몸값’ 제작발표회가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진선규, 전종서, 장률, 전우성 감독이 참석해 작품에 대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몸값’은 서로의 몸값을 두고 흥정하던 세 사람이 지진으로 무너진 건물에 갇힌 후 각자 마지막 기회를 붙잡기 위해 위험한 거래를 시작하며 광기의 사투를 벌이는 이야기를 그린다. 바깥세상과의 완전한 단절이 만들어낸 아수라장 속 살아남기 위한 인간들의 밟고 밟히는 사투가 다이내믹하게 펼쳐질 예정이다.
전우성 감독이 연출과 극본을 맡았고, 영화 ‘낙원의 밤’, ‘봉오동 전투’, ‘마녀’ 등을 만든 김영호 촬영감독이 가세해 완성도를 담보했다. ‘몸값’은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유수의 영화제를 휩쓴 단편영화 ‘몸값’(감독 이충현)의 파격성에 새로운 세계관을 결합, 더욱 확장된 스토리와 스케일로 재탄생됐다. 특히 원테이크기법으로 촬영돼 한층 생동감 넘치는 스릴과 재미가 담겼다고.
이날 전 감독은 원작의 인기에 부담과 걱정스러운 마음도 앞섰다며 “이 기획을 처음 하며 머리에 맴돈 건 원작의 장점인 원테이크를 끌고 가자는 거였다”고 털어놨다. 전 감독은 “제목이 ‘몸값’인 것처럼 사람 몸의 가격과 거짓말에 대한 이야기다. 사람의 몸값이 심플하게 메겨지는 걸 반복해 보여주면서 그 안에 의미를 찾을 수 있는 대본을 쓰려고 했다”고 영화의 메시지를 설명했다.
배우들 또한 원테이크 신에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진선규는 “짧게는 5분, 길게는 15분의 롱테이크였다”며 “배우로서 한 테이크를 이렇게 긴 시간 동안 공들여 집중해서 찍은 적이 있을까 싶다. OK 사인이 떨어졌을 때 쾌감이 어마어마했다”고 촬영 현장을 회상했다. 전종서는 “하루 이틀 리허설을 하고 그다음 날 하루를 촬영하는 식이었다. 리허설이 더 길었다”고 밝혔다. 장률은 원테이크에 부담감도 있었지만 “한 번만 더 하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고 장면에 임했다”고 했다.
무엇보다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 ‘온 스크린’ 섹션을 뜨겁게 달군 진선규, 전종서, 장률의 신들린 연기 시너지는 ‘몸값’의 최고 관전 포인트다. 세 사람은 극한의 위기 속, 광기 어린 사투와 치열한 심리전을 그리며 장르적 쾌감을 극대화한다. 진선규는 몸값을 흥정하던 중 뜻밖의 위기에 휘말리는 노형수로 분한다. 그는 “몸값 흥정에 불순한 의도가 있지만 지진이 일어난 후 한 사람으로 살아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고 형수를 소개하며 “가볍지만 정이 갔으면 좋겠다 여기고 지금의 노형수를 완성했다”고 말했다.
전종서는 꾀 많은 흥정 전문가 박주영으로 변신한다. 그는 “스스로 행동하기보다 머리를 많이 써서 다른 사람들을 행동하게 하는 인물”이라며 캐릭터를 요약했다. 이어 장률은 대가를 치르더라도 거래를 성사시켜야만 하는 절박한 남자 고극렬로 열연한다. 장률은 “옆집에 사는 친한 오빠나 아들로 비쳤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캐릭터를 만들었다”고 연기에 중점을 둔 부분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극렬은 아버지가 아프셔서 신장을 구하러 경매에 뛰어드는데 이 인물을 함께 응원해 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그렇다면 배우들이 ‘몸값’을 선택한 결정적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세 사람은 이날 원테이크 기법에 매료돼 출연을 결심했다고 입을 모았다. 진선규는 “원작의 팬이었고 확장판이라니 좋았다”며 “원테이크 방식으로 찍어나간다는 게 선택한 가장 큰 이유”라고 강조했다. 전종서는 “전우성 감독과 꼭 해보고 싶었다”면서도 “원테이크로 진행되면 연기하면서 해볼 수 있는 게 많을 거라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전 감독은 캐스팅 비하인드 스토리도 밝혔다. 전 감독은 초고를 쓸 때부터 진선규를 생각하며 캐릭터를 그렸다고. 그러면서 “전종서에게는 대본을 제일 먼저 줬다. 장률은 전부터 눈여겨보던 배우다. 공연을 보러 갔는데 에너지를 뿜어내는 걸 보고 캐스팅했다”고 캐스팅 이유를 소상히 밝혔다.
그런가 하면 ‘몸값’ 배우들의 호흡 역시 단연 최고였다고. 진선규는 “전종서의 독특한 표정에서 나오는 깊은 눈빛이 정말 강렬했다”며 “장률과는 연습한 대로 안전하게 촬영했고 좋은 아이디어도 많이 내와서 시너지가 있었다”고 연기 호흡을 자랑했다.
장률 또한 “진선규 선배가 내가 낸 아이디어를 많이 받아줬다”면서 “현장에서 버팀목 같은 존재였다”고 화답했다. 전종서는 자신이 촬영 전에 100% 대사를 준비하지 않고 현장에서 외우는 편인 반면 진선규는 대사를 철저히 준비해 왔다며 놀라움을 표했다. 그는 “‘몸값’ 현장은 연극적인 요소가 많은데 진선규 선배가 전체적인 리드를 확실하게 해줘서 믿고 따라갈 수 있었다”고 고마움도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