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곡 발매를 위해 수개월간 기울인 아티스트와 제작자의 노력이 물거품이 됐다. 지난 주말 발생한 데이터화재로 멜론의 시간이 멈춰버리면서다.
15일 오후 3시 30분께 경기도 성남시 판교 SK C&C 데이터센터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이로 인해 카카오톡, 포털 사이트 다음을 비롯한 다수의 카카오 서비스가 먹통이 됐다. 국내 최대 음원 사이트인 멜론 역시 피해에서 자유롭지 못 했다.
이 화재 이후 이틀이 넘는 시간 동안 멜론의 실시간 검색어는 멈춰 있었다. 실시간 검색어가 복구된 건 17일 오후 5시께. 그동안 실시간 검색어 1위는 윤하의 ‘사건의 지평선’이 지켰다. 이 외에 아이브, 로이킴, 마마무 등 가수와 ‘첫사랑’, ‘이별이라는 밤’, ‘못해’, ‘그래서 그대는’, ‘몹쓸 사랑’ 등의 노래가 실시간 검색어 톱10에 자리했다.
음악 듣기가 가능해진 뒤에도 실시간 검색어는 계속 멈춰 있었기에 이들 가수 및 음원은 졸지에 화재 사태의 수혜자가 됐다. 이 기간 실시간 검색어에 있었던 많은 노래들이 순위 역주행을 이뤘다. 반면 새롭게 발매된 노래와 가수들은 전혀 주목을 받지 못 했다. 형평성이 현저히 무너지는 상황 속에서도 멜론 측은 실시간 검색어를 가리거나 하는 별도의 조치를 전혀 취하지 않았다. 음원 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는 이용자들이 해당 음원이나 가수에 유입되게 만드는 중요한 루트다. 실시간 검색어 기능 마비로 수혜를 본 아티스트나 음원이 있는 것까지야 비난하기 어렵지만, 고생해서 앨범을 발매했을 가수와 제작자, 소속사가 입은 피해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보상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재발 방지를 위한 확실한 대비책을 세우는 것도 물론이다. 이에 대해 17일 멜론에 문의한 결과 “최대한 빠르게 말씀드리겠다”는 답이 돌아왔다. 사실상 현재로선 어떠한 공식적인 입장도 정리되지 않은 것이다.
피해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데이터센터 화재로 멜론의 스트리밍, 다운로드 등의 데이터 상당수가 날아갔으며 아직 복구가 완료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데이터가 불완전하게 복구됐다는 것은 멜론의 파트너스 페이지를 통해 확인이 가능했다. 멜론에서는 아티스트와 소속사를 위해 보다 다양한 데이터를 제공하는 파트너스 페이지를 운영하고 있다. 보통의 경우 이 페이지에서 보는 차트와 실제 이용자들이 보는 차트에 큰 차이가 없다. 하지만 17일 한 업계 관계자를 통해 확인한 결과 이 두 차트 사이에 상당한 갭이 있었음이 나타났다. 멜론 관계자는 데이터 손실에 대한 일간스포츠의 문의에 “현재 데이터를 복구하고 있는 과정에 있다”고 답했다.
멜론은 티켓 예매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는데, 이로 인해 불똥을 맞은 뮤지션도 있다. 그룹 SF9은 17일 선예매 오픈 예정이었던 ‘2022 SF9 라이브 판타지 #4 딜라이트 인 서울’의 티켓 오픈 일정을 급하게 변경했다. 이에 대한 사과는 SF9의 소속사 FNC엔터테인먼트가 해야 했다. 이용자들 역시 피해자다. 특히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음원을 열렬히 스트리밍했던 팬덤 사이에서는 분통이 터진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이들이 열심히 노력한 결과가 차트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멜론 등 음원사이트들은 통상 서비스 수수료의 명목으로 음원 매출의 일부를 가져간다. 그렇다면 당연히 차트나 검색 기능 등을 제대로 제공하지 못 한 기간이 발생할 경우 제작자들에게 그만큼의 피해보상을 해야 하는 게 당연하다. 게다가 멜론 측은 차트를 기반으로 아티스트 및 소속사 측에 수익금을 분배하고 있으므로 만에 하나 데이터가 완전히 복구되지 않을 경우 제대로 된 수익 정산이 이뤄지기 힘들어질 수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멜론 측은 보상에 대해선 나몰라라다. 이용자들에게만 “서비스 장애로 불편함을 드린 점과 복구 작업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 점에 대해 사과드린다”며 멜론 이용권 3일 연장, 혹은 멜론 캐시 1500원 지급을 제시했을 뿐이다. 이는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의 차트 순위를 높이기 위해 스트리밍을 하는 팬들에게는 어떠한 보상도 될 수 없다. 이미 앨범 발매일은 지나갔고, 멜론이 이용권을 3일 연장해준다고 해서 이미 지난 발매일자를 되돌릴 순 없기 때문이다.
음원 사이트와 음원 제공자는 공생 관계다. 아무리 좋은 플랫폼을 갖추고 있다 한들 음원을 제공하는 사람이 없다면 그 사이트는 유명무실하다. 자신의 플랫폼을 이용, 기꺼이 콘텐츠를 채우고 있는 파트너의 피해에 대한 진실된 사죄와 재발 방지에 대한 진지한 노력이 멜론에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