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KBO리그 포스트시즌 키움히어로즈와 KT위즈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이 16일 오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렸다. 안우진이 2회초 1사 강백호를 상대로 공을 던지고 있다. 안우진은 KBO리그 최고의 파이어볼러지만 이날 직구 비율이 전체 투구 대비 50%를 넘지 않았다. 최근 2년간 직구 비율을 꾸준히 낮췄고 변화구 비율을 높여 타자와 수 싸움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었다. 고척=김민규 기자 오른손 투수 안우진(23·키움 히어로즈)은 자타공인 파이어볼러다. 야구통계전문업체 스포츠투아이에 따르면, 올 시즌 안우진의 직구(포심 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152.6㎞/h. 최고 구속은 160㎞/h에 육박한다. KBO리그 선발 투수 중 가장 빠른 공을 던진다.
안우진은 강속구에 의존하지 않는다. 오히려 힘을 뺀다. 2020년 전체 구종 대비 59.9%였던 직구 비율이 지난해 52.9%에 이어 올해 42.8%까지 떨어졌다. 대신 슬라이더(22.6%→23%→29.%)와 체인지업(2.2%→5.8%→9.8%) 비율을 꾸준히 끌어올렸다.
안우진은 "(여전히) 직구와 슬라이더를 많이 던진다. 하지만 이젠 커브와 체인지업도 불리한 볼카운트에서 구사할 수 있다"며 "재작년부터 매년 구종별 퍼센티지를 골고루 분배하고 있다. 그러면서 타자들의 생각이 많아졌다. 그때 (빈틈을 파고들어) 직구를 던지면 헛스윙이 나온다"고 말했다. 그는 "야구는 타이밍 싸움인데 커브와 체인지업을 던지면서 (그 타이밍 싸움이) 좋아진 것 같다"고 반겼다.
휘문고를 졸업한 안우진은 강속구 유망주였다. 하지만 2018년 1차 지명으로 히어로즈에 입단한 뒤 한동안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직구와 슬라이더 비율이 높은 '투 피치' 유형으로 단조로운 공 배합이 문제였다. 타자와 수 싸움에서 우위를 점하기 어려웠다. 직구 타이밍에 배트를 휘두르면 고속 슬라이더가 맞아 나가기 일쑤였다. 변화가 필요하다가 느낀 안우진은 구속 의존도를 버렸다. 대신 변화구 비율을 올렸다. 강하게 던지는 것보다 원하는 코스에 집어넣는 걸 우선 목표로 삼았다.
올해 안우진의 정규시즌 성적은 흠잡을 곳이 없었다. 정규시즌 30경기에 선발 등판, 15승 8패 평균자책점 2.11을 기록했다. 평균자책점과 탈삼진(224개) 부분 1위로 '투수 2관왕'을 차지했다. 지난해 아리엘 미란다(당시 두산)가 세운 단일 시즌 탈삼진 기록 225개에 1개 부족했다. 그뿐만 아니라 퀄리티 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24회)와 WHIP(이닝당 출루허용·0.95)를 비롯한 각종 투수 지표도 1위에 올랐다. 간판타자 이정후와 함께 키움을 가을 야구로 이끈 쌍두마차다.
홍원기 키움 감독은 안우진에 대해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힘으로만 타자를 상대했다. 스피드(구속)만 믿고 윽박지르는 피칭을 했다. 본인은 아니라고 하겠지만 올 시즌 초반에도 속구로 삼진 잡는 거에 욕심이 있었다"며 "한 번 생각이 꽂히면 그 생각을 전환하는 게 쉽지 않다. 하지만 경험 많은 타자를 상대하면서 마운드 운영 방법이 많이 달라진 것 같다"고 흡족해했다. 안우진은 시즌 중 포크볼 장착까지 시도했다. 수 싸움을 더 복잡하게 가져가려고 한 결정이었다. 부상을 우려해 뜻을 접었지만 그만큼 꾸준히 변화를 추구했다.
2022 KBO리그 포스트시즌 키움히어로즈와 KT위즈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이 16일 오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렸다. 6회초에도 등판한 선발 안우진이 황재균을 상대로 공을 던지고 있다. 고척=김민규 기자 안우진의 위력은 16일 열린 KT 위즈와 준플레이오프(준PO) 1차전에서 입증됐다. 이날 안우진은 6회까지 마운드를 지키며 3피안타 9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전체 투구 수(88개) 대비 직구 비율이 36.4%(32개)로 낮았다. 직구 최고 구속이 157㎞/h(평균 154㎞/h)로 빨랐지만, 강속구에 의존하지 않았다. 대신 슬라이더(35개)와 커브(17개)를 적재적소 섞었다. 빠른 공 대처를 먼저 생각한 KT 타자의 허를 찔렀다. 탈삼진 9개 중 5개의 결정구가 변화구(커브 3개, 슬라이더 2개)였다. 특히 2~5회에는 매 이닝 3개 이상의 커브를 섞었다.
안우진은 경기 뒤 "KT 타선에 우타자가 많아서 직구와 슬라이더만으로는 힘들다고 생각했다. 커브까지 열심히 준비했던 게 잘 됐던 것 같다. 연습할 때도 커브를 많이 던졌다"고 웃었다. '힘을 뺀' 파이어볼러 안우진, 그가 더 강력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