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절함이 있었기에 타격이 잘 됐던 것 같다. 새 기회를 얻는다면 수비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최용제(31)에게 지난해는 잊을 수 없는 1년이다. '포수 왕국'으로 불리는 두산 베어스에서 그는 한 번도 주전으로 마스크를 써보지 못했다. 광주 진흥고와 홍익대를 졸업한 그는 2014년 육성 선수로 입단했고, 2016년에야 정식 선수로 등록됐다. 2016년에야 첫 1군 경험을 맛봤으나 포수로 두산에서 살아남긴 쉽지 않았다. 당시 두산에는 양의지·박세혁·최재훈 등 쟁쟁한 포수진이 있었던 탓이다.
그랬던 그가 2021년 '특급 대타'로 성공했다. 지난해 대타 타율이 4할(40타수 16안타)에 달했다. 당시 두산 사령탑이었던 김태형 전 감독은 "주전을 제외하면 타격 능력이 가장 좋은 타자"라고 했다. 후반기 마지막 경기까지 이어졌던 4·5위 싸움에서 최용제의 활약은 두산에 큰 힘이 됐다.
반면 올 시즌에는 지난해 활약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1군 출전은 단 한 타석에 그쳤다. 퓨처스리그(2군)에서도 타율이 0.207에 불과했다. 퓨처스 통산 타율 0.296의 정교함을 찾아볼 수 없었고, 수비 출장도 적었다. 결국 두산은 시즌 종료 후 1차 선수단 정리 때 그에게 방출을 통보했다.
최용제는 일간스포츠와 인터뷰에서 "(오)재원 형 은퇴식 하는 날 방출 연락을 받고 짐을 챙겨서 나왔다. 나오기 전부터 지금까지 운동은 계속하고 있다"며 "올해 어깨에 부상이 있었다. 참고 하다 보니 기량이 마음먹은 대로 나오지 않았다. 좀 더 회복에 집중해야 했는데 지난해 성적이 나오다 보니 마음이 급했다. 참고 하다 타격 밸런스가 깨지고 수비도 안 됐다"며 "구단 입장에서도 방출을 결정하시는 게 당연했다. 더 건강하고 힘도 있는 어린 선수들이 있지 않나"고 전했다. 그는 "9월 초에야 다 회복됐다. 주사 치료를 받았으면 더 빨리 나았을 텐데 올해 규정이 엄격해져서 시간이 걸렸다. 지금은 아무 이상 없이 건강하다"고 덧붙였다.
최용제에게 두산에서 추억을 묻자 그는 역시 지난해 활약을 꼽았다. 최용제는 "2020년에 28경기에 출전해보니 2021년까지 이어져 1군에 적응했던 것 같다. 여유가 생겨 마음이 편안했다"라며 "2021년 5월 14일 SSG 랜더스전에서 장지훈을 상대로 만루에서 친 것, 6월 12일 LG 트윈스전에서 정우영을 상대로 만루에서 친 것도 기억난다. 가장 기억나는 건 10월 13일 KT 위즈전에 배제성에게 역전 적시타를 쳤던 때"라고 떠올렸다.
퓨처스리그에서 꾸준히 콘택트를 보여주고, 대타로 활약했던 비결을 묻자 최용제는 '간절함'이라고 답했다. 그는 "살아남으려 했고, 1군에서 오래 하고 싶었다. 간절함이 있었다"며 "이번 공을 놓치지 않기 위해 더 적극적으로 쳤고 타석에서 후회 없이 방망이를 돌리고 미련이 남지 않도록 한 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두산과의 인연이 마무리됐지만, 최용제는 다음 기회를 기다리며 아직 야구를 포기하지 않고 있다. "1군 타석에 많이 들어섰던 건 아니지만, 나올 때마다 두산 팬분들이 응원해주셔서 힘을 많이 받았다. 그동안 응원해주셔서 감사드린다"고 전한 최용제는 "타격은 물론이고 수비도 못 하지 않는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그는 "내가 수비를 못 한다는 이미지가 있는 건 안다. 그래도 수비가 더 좋아졌고, 디테일한 부분에서 부족했던 점들도 보완하고 있다. 새로운 팀에서 기회를 얻는다면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