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KBO리그 포스트시즌 키움히어로즈와 KT위즈의 준플레이오프 2차전이 17일 오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렸다. 2대 0 승리를 거둔 KT 이강철 감독이 경기 후 박영현 등 선수들을 맞이하고 있다. 고척=김민규 기자 mgkim1@edaily.co.kr /2022.10.17/ 이강철 KT 위즈 감독은 지난 17일 치른 키움 히어로즈와의 준플레이오프(PO) 2차전에서 파격적인 마운드 운영을 보여줬다. 2-0, 살얼음판 리드 속에 맞은 8회 말 수비에서 '신인' 박영현(19)을 투입했다.
KT는 16일 1차전 8회 말 수비에서 셋업맨 김민수와 마무리 투수 김재윤이 무너지며 4실점하고 재역전패(스코어 4-8) 당했다. 이에 이강철 감독은 2차전을 앞두고 "경험과 상관없이 공이 가장 좋은 불펜 투수를 먼저 내세울 생각"이라고 했다. 정규시즌 보직에 얽매이지 않고, 개별 컨디션을 더 중시하겠다는 의미였다.
박영현은 씩씩하게 던졌다. 1차전에서 멀티히트를 기록한 김준완을 공 3개로 삼진 처리했고, 베테랑 이용규는 초구에 뜬공으로 잡아냈다. 정규시즌 타격 5관왕에 오른 이정후에겐 3구 연속 포심 패스트볼(직구)을 꽂아 넣어 유격수 앞 땅볼을 유도했다.
2022 KBO리그 포스트시즌 키움히어로즈와 KT위즈의 준플레이오프 2차전이 17일 오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렸다. 8회말 박영현이 등판해 공을 던지고 있다. 고척=김민규 기자 mgkim1@edaily.co.kr /2022.10.17/ KT는 기존 필승조뿐 아니라 선발 자원 고영표까지 구원 등판을 대기하고 있었다. 이강철 감독은 9회도 박영현으로 밀고 나가는 강수를 뒀다. 이 선택은 맞아떨어졌다. 박영현은 9회 상대한 김혜성·야시엘 푸이그·김웅빈 세 타자를 모두 범타 처리하며 KT의 리드를 지켜냈다. 2이닝 무실점을 기록한 그는 포스트시즌(PS) 최연소(만 19세 6일) 세이브 신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경기 뒤 이강철 감독은 "현재 가장 믿을 수 있는 투수였다"며 박영현에게 2이닝을 맡긴 이유를 전했다.
박영현은 2022 1차 신인 드래프트에 지명된 특급 유망주다. 2021년 대선 고교 최동원상 수상자이기도 하다. 묵직한 직구를 던질 뿐 아니라 마운드 위에서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모습이 한국 야구 대표 클로저 오승환(삼성 라이온즈)과 닮았다.
지난 2월 KT 스프링캠프에 인스트럭터로 참가한 선동열 전 국가대표팀 감독도 박영현의 투구를 지켜본 뒤 "신인 시절 오승환이 떠오른다"고 극찬하며 직접 자신의 슬라이더 그립을 전수하기도 했다. 선 감독이 선수 시절 구사하던 슬라이더는 한국야구 대표 마구로 통한다.
선동열(왼쪽) 전 국가대표 감독이 박영현에게 구종 그립을 지도하는 모습. 사진=KT 위즈 박영현은 또래보다 성숙한 편이다. 젊은 투수 대부분 선발진 진입을 원하는데, 그는 1군 데뷔 전부터 KT의 마무리 투수를 목표로 잡았고, 오승환을 롤모델로 삼았다.
구속보다 제구를 중시하는 야구관도 바람직하다. 박영현은 "마음먹고 던지면 시속 140㎞대 후반까지 던질 수 있지만, 스트라이크존(S존) 구석에 던지려면 현재 나오는 구속(142~5㎞/s)이 알맞은 것 같다"는 소신을 전한 바 있다. 준PO 2차전에서 이정후를 상대한 뒤에도 "리그 최고의 타자인 만큼 삼진을 잡긴 어려울 것 같았지만, 인플레이 타구를 끌어낸다면 수비가 해결해 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이정후에게 구사한 직구는 바깥쪽(좌타자 기준) S존에 걸치는 공이었다.
박영현은 지난 4일 수원 삼성 라이온즈전을 앞두고 '우상' 오승환을 만나 담소를 나눴다. 오승환으로부터 국가대표팀에 가야 할 선수"라는 덕담을 듣기도 했다. 준PO 2차전에서 세이브를 올린 뒤에는 "오승환 선배님이 보셨을 거 같아서 더 뿌듯하다"며 활짝 웃었다.
박영현이 데뷔 첫 PS 무대에서 세이브까지 기록하며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들었다. KT 불펜 운영도 숨통이 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