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세 자매부터 자식을 지키려는 중전까지. 여성 캐릭터가 안방극장을 장악하고 있다. 지상파를 비롯해 케이블, OTT 등 다양한 채널에서 여성 주인공을 앞세운 드라마들이 연달아 나온 가운데, 호평까지 이어지고 있어 주목된다.
# ‘작은 아씨들’ 김고은 남지현 박지후 지난 9일 종영한 tvN ‘작은 아씨들’은 700억을 둘러싼 거대한 사건 속에서 각자의 욕망에 따라 움직이는 세 자매라는 강인한 여성 캐릭터들을 내세웠다. 드라마는 인물들의 내면을 섬세하게 다루면서 사건보다 인물의 서사에 집중했다. 정서경 작가는 여성 캐릭터를 다루는 이유로 “내가 여성이고, 여성의 이야기를 가장 잘 쓸 수 있기 때문”이라며 “오밀조밀 귀엽고 힐링된다는 이미지는 배반하고 싶었다”고 이야기했다. # ‘글리치’ 전여빈 나나 지난 7일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글리치’에서는 전여빈과 나나가 ‘덤 앤드 더머’ 케미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글리치’는 지효(전여빈 분)와 보라(나나 분)가 지효의 남자친구를 찾기 위해 외계인을 쫓는 과정을 그린 드라마로 복합적인 장르를 다룬 코믹 버디물이다.
지효와 보라는 미지의 세계에서 대부분 소극적이고 조심성 많은 캐릭터로 그려지던 기존의 여성 캐릭터와 달리 당당하고 거침없이 이야기를 이끌어나간다. 오히려 주변 남성 캐릭터들이 과하게 신중하고, 소심한 모습으로 대조되는 모습을 보인다. 노덕 감독은 ‘글리치’를 “외계인에 대한 키워드를 다루지만 인물의 서사에 더 힘을 실은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 ‘슈룹’ 김혜수 지난 15일 첫 방송된 tvN 주말드라마 ‘슈룹’은 모성애를 주제로 여성 캐릭터를 그려낸다. 그동안 궁궐을 배경으로 한 사극이 왕의 사랑 이야기나 정치싸움, 피 튀기는 액션물을 다뤘다면 이 드라마는 중전과 대비로 각각 분한 김혜수와 김해숙의 팽팽한 대립이 극의 중심을 이룬다. 후궁으로 등장한 옥자연, 김가은, 우정원 등의 갈등 구조 또한 보는 재미를 더한다.
여성 캐릭터가 뚜렷하게 강세를 보이는 장르도 있다. 바로 법정물이다. 박은빈 주연의 ENA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비롯해 서현진 주연의 SBS ‘왜 오수재인가’, 김혜수 주연의 넷플릭스 ‘소년심판’ 모두 여성 법조인 캐릭터가 극의 중심을 이룬다. 세 편의 드라마는 여성 법조인을 통해 사건 속 인물들의 상황과 내면을 섬세하게 들여다보며 시청자들의 공감을 샀다.
방송 관계자는 “남성 위주로 굳어진 장르에서 주인공을 여성으로 바꾸면 신선한 느낌이 든다”며 “여성 서사는 단순히 권력을 쟁취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인물의 엇갈린 심리에 좀 더 파고드는 측면이 있고, 미학적인 부분도 강조된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