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KBO리그 포스트시즌 KT 위즈와 키움 히어로즈의 준플레이오프 3차전이 19일 오후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렸다. 3회 말 1사 만루에서 김민혁을 삼진 처리한 애틀러가 포효하고 있다. 수원=김민규 기자 외국인 투수 타일러 애플러(29·키움 히어로즈)는 홍원기 키움 감독의 '아픈 손가락'이다. 준플레이오프(준PO·5전 3승제)를 앞두고 만난 홍 감독은 "애플러가 많이 아깝다. 스프링캠프 때 기대를 많이 했었다"고 아쉬워했다.
애플러는 지난해 12월 키움과 계약했다. 크게 주목받은 영입은 아니었다. 마이너리그에선 잔뼈가 굵지만, 미국 메이저리그(MLB) 경력이 없었다. 잠깐 몸담은 일본 프로야구(NPB)에서도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지난해 워싱턴 내셔널스 산하 마이너리그 트리플A 성적은 2승 9패 평균자책점 7.75였다. 키움은 애플러에게 KBO리그 외국인 선수 최저 수준의 연봉(27만5000달러·3억9000만원)을 제시했다.
애플러는 예상을 깼다. 개막 후 5월까지 10경기 선발 등판해, 4승 2패 평균자책점 2.72를 기록했다. 5월에 선발 등판한 5경기 평균자책점은 1.91로 더 낮다. 배제성(KT 위즈·1.36)에 이어 월간 평균자책점 2위. 5월 27일 롯데 자이언츠전에선 히어로즈 구단 역사상 다섯 번째로 '무사사구 완봉승'을 따내기도 했다. 고형욱 키움 단장은 "워싱턴에서 뛸 때 투수 코치가 팔의 타점(릴리스 포인트)을 내리라고 했고 그 이후로 성적이 좋지 않았다. (스카우트팀이 직접 보고) 체크했을 때 팔의 타점이 올라가 있었다. (변화를 준 덕분에) 직구에 힘도 있고, 변화구가 꺾이는 것도 날카롭다"고 반색했다. 장신(1m96㎝)을 활용한 높은 릴리스 포인트와 안정된 제구가 강점이었다.
애플러의 성적은 6월에 악화했다. 6월 9일 KT 위즈전과 15일 두산 베어스전에서 각각 8피안타(6실점) 11피안타(4실점)로 흔들렸다. 기용법을 고민한 홍원기 감독은 7월 14일 SSG 랜더스전에서 애플러를 불펜으로 기용했다. 외국인 선수로선 자존심이 상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애플러는 군소리를 하지 않았다. 기복이 계속돼 외국인 선수 교체 마감 시한(8월 15일)을 앞두고 퇴출 가능성까지 거론됐다. 그의 거취를 고심한 키움은 교체 버튼을 누르지 않았다.
애플러는 정규시즌 마지막 세 번의 등판을 모두 불펜으로 소화했다. 정규시즌 성적은 33경기 6승 8패 평균자책점 4.30. 잦은 보직 변경 탓에 규정이닝(144이닝)을 채우지 못했다. 홍원기 감독은 "책임감이 뛰어나고 야구에 대한 생각도 강한데 유독 성적이 따라주지 않았다. 본인이 선발로 나가서 결과가 안 좋으면 미안해한다"며 "중간(불펜)이 꼬이면 계획에 없더라도 불펜으로 나가겠다고 하면서 연투도 가능하다고 하더라. 기록이나 결과가 조금 더 좋았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언제든지 준비하겠다고 하는데 고맙다. 그런 외국인 선수를 찾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애플러는 19일 열린 KT와 준PO 3차전에 선발 등판, 5이닝 6피안타 1실점(비자책) 쾌투로 9-2 대승에 힘을 보탰다. 이날 키움은 3회까지 유격수 신준우가 실책 3개를 기록했다. 애플러는 실책으로 나간 주자의 실점을 최소화했다. 그뿐만 아니라 더그아웃에선 신준우를 위로하기도 했다. 모처럼 잡은 '선발' 기회. 중압감이 큰 경기에서 예민할 수 있지만 평정심을 유지했다. 홍원기 감독은 경기 뒤 "애플러가 올 시즌 많은 승을 거두진 못했지만, 초반부터 공격적인 투구로 상대에게 큰 기회를 주지 않았다. 본인 역할을 해냈다"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