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가전 투톱인 삼성전자와 LG전자에 한파가 들이닥쳤다. 전 세계적인 금리 인상 기조에 소비 심리가 꽁꽁 얼어붙어 TV·가전 시장이 마이너스 성장 곡선을 그리고 있다. 단기 실적에도 먹구름이 드리울 전망이다.
24일 증권가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올해 3분기 TV·가전 매출은 예년보다 부진한 모습을 보일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잠정 실적을 발표한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10조8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1.73% 감소했다. LG전자는 7466억원으로 25.1% 올랐지만, 지난해 3분기 GM 전기차 볼트의 배터리 리콜 비용 4800억원을 반영했던 것을 감안하면 30.7% 줄어든 셈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오는 27일과 28일에 사업 부문별 확정 실적을 공개할 예정이다.
김광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3분기 삼성전자 VD(TV)·가전·하만(전장) 영업이익을 6000억원으로 추정했다. 2021년 3분기 삼성 가전과 하만의 영업이익 7600억원, 1500억원에 비하면 턱없이 모자라다.
모바일과 디스플레이가 나름 선방한 가운데 반도체 의존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LG전자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미래 먹거리인 VS(전장) 사업을 제외하고 주력인 H&A(가전)와 HE(TV) 사업 모두 시장의 예상을 하회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HE 사업본부는 28분기 만에 영업손실을 냈던 지난 2분기에 이어 이번에도 적자를 면치 못할 가능성이 크다.
고의영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LG전자 TV 사업에 대해 "유럽의 수요 부진이 예상보다 심각하고, 그동안 상대적으로 견고했던 미국도 부진했다"며 "가전과 마찬가지로 재고 소진을 위한 마케팅 비용 집행으로 전 분기 대비 적자 폭이 커진 것으로 추정한다"고 했다.
LG TV 출하량의 30%,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TV 출하량의 50%가 유럽에 쏠려 매출은 유로화 결제 비중이 큰데 패널을 포함한 원재료는 달러 결제 비중이 크다. 달러가 강세를 보이고 유로가 약세인 현 상황이 수익성에 불리하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대목인 카타르 월드컵과 연말 성수기가 다가오고 있지만 삼성전자와 LG전자의 표정은 어둡다. 당분간 가전·TV 시장의 반등을 기대하기 어려워서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의 통계를 보면 대규모 프로모션 효과로 올해 4분기 전 세계 TV 출하량은 5696만대로 전 분기보다 10.8% 오를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전년 동기와 비교해선 여전히 3.5% 낮다. 2022년 연간 출하량은 2억200만대로 지난 10년 동안 가장 낮은 수준을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
가전 시장도 좀처럼 회복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시장조사업체 GfK의 조사에서 국내 가전 시장은 지난해 4분기부터 주춤하다 올해 상반기 성장률이 4.6% 떨어지며 침체기에 접어들었다. 대형가전(-8.7%)·생활가전(-7.2%)·주방가전(-3.6%) 모두 판매가 줄었다.
롤프 뷰어클 GfK 소비자 전문가는 "8%에 달하는 물가 상승이 실질 소득 감소로 이어져 구매력을 떨어뜨리고 있다"며 "훨씬 더 많은 돈을 난방비 지불을 위해 써야 한다. 신규 구매와 같은 다른 비용을 줄일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