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원왕 고우석(24·LG 트윈스)에게 네 번째 가을 야구가 찾아왔다. 더 원숙해졌고, 그래서 더 단단해졌다.
고우석은 지난 24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의 2022 KBO리그 플레이오프(PO·5전 3승제) 1차전 9회 초 등판해 1이닝 무실점 2탈삼진을 기록하고 6-3 승리를 지켜냈다.
상대가 키움이기에 더 의미 있는 호투였다. 지난 2017년 프로에 입단한 고우석은 시속 150㎞가 넘는 강속구로 주목받았다. 1군에 자리 잡는 데 다소 시간이 걸렸지만, 2019년 잠재력이 만개했다. 8승 2패 35세이브 1홀드 평균자책점 1.52로 리그 정상급 마무리 투수로 자리 잡았다. 그런데 가을야구에서는 달랐다. 처음으로 포스트시즌에 오른 2019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스스로 만루 위기를 자초했고, 준PO에서는 키움에 끝내기 홈런으로 패배를 헌납했다. 당시 박병호에게 시속 153㎞의 직구를 높은 존에 던졌으나, 상대의 노련한 노림수에 당했다. 순탄할 것 같았던 고우석의 커리어는 이후 다소 험난하게 흘러갔다. 2020년에는 4패 17세이브 1홀드 평균자책점 4.10으로 부진했다. 2021년에는 1승 5패 30세이브 평균자책점 2.17을 기록하면서 블론세이브가 7개에 달했다.
그랬던 고우석은 올 시즌 진정한 수호신으로 성장했다. 4승 2패 42세이브 평균자책점 1.48로 2019년 성적을 모든 부분에서 뛰어넘었다. 올 시즌 구원왕에 올랐고, 구단 사상 첫 40세이브 고지에도 올랐다. 기존에 구사하던 직구와 슬라이더에 더해 커브 구사가 좋아지면서 투구가 원숙해졌다.
완숙해진 고우석의 피칭은 24일 1이닝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는 앞선 두 타자를 모두 직구로만 잡아냈고, 마지막 타자였던 임지열을 상대로 직구 없이 변화구만 5개를 던졌다.
이유가 있었다. 고우석은 “나름대로 생각을 가지고 들어갔다. 선발 투수는 경기 전 계획을 세워놓고, 경기 중 좋은 공을 선택하면서 던진다. 하지만 나처럼 짧은 이닝을 던지는 투수는 많은 구종을 던질 수 없다. 변화구 감각을 확인해보고 싶었다. 직구는 변화구를 미리 (충분히) 던져본 다음 던지려고 미뤘다”고 설명했다. 정규시즌 종료 후 PO 전까지 12일 동안 실전 감각이 부족했으니 남은 PO 경기, 그리고 한국시리즈(KS)까지 내다본 전략이었다.
고우석은 “2019년에는 (투구 계획이 필요하다는) 생각도 못 했는데, 돌아보니 당시에는 기초적인 계획도 세우지 않고 타자와 승부했다. 마운드에 오르면 그저 포수 사인대로만 던졌다. 타자의 장단점을 미리 파악했어도 투구할 때는 기억이 안 났다"며 "그런 점이 그때의 경험 부족이고, 지금 와서 많이 성장한 차이점 같다”고 설명했다.
마운드 밖에서도 고우석은 차분하고 여유 있었다. 팬들이 주목한 키움과의 '복수전'에 대해서도 담담했다. 고우석은 “그때 만났던 키움과 지금 키움은 선수단이 많이 바뀌지 않았나. 그리고 그런 경기들이 나에게 좋은 경험이 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렇기에 좋은 결과를 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당장 2차전 결과도 어떻게 될지 모른다. 잘 준비하겠다"고 했다.
오랜 친구이자 '예비 처남'이 된 이정후와의 관계에 대해서도 고우석은 담담하고 여유 있게 답했다. 그는 "관련해 질문을 많이 받는데 내 생각은 변하지 않는다. 나와 (이)정후의 싸움이 아니라 LG와 키움의 싸움이다. ‘왜 이렇게 주목받지?’라는 생각도 든다"며 "승리만 생각하려고 한다. 시간이 지나고 나면 추억이 되지 않을까. 정후와 만나도 쑥스럽지 않다. 가을 야구이기 때문에 무조건 (이정후를) 잡을 생각"이라고 답했다. 처남에게 무슨 공을 던질 것이냐는 질문에 그는 "직구 아니면 변화구"라고 유쾌하게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