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리그 여자부 흥국생명과 현대건설이 1일 수원체육관에서 올 시즌(2022~23) 처음으로 대결한다. 우승 후보로 평가받는 두 팀은 나란히 개막 2연승을 거두며 탄탄한 전력을 과시했다.
'배구 여제' 김연경이 복귀한 흥국생명은 10월 25일 페퍼저축은행과 29일 KGC인삼공사전 모두 한 세트도 내주지 않았다. 지난 시즌(2021~22) 정규리그 1위 현대건설도 10월 22일 개막전에서 지난 시즌 2위 한국도로공사를 세트 스코어 3-0으로 잡았다.
현대건설 전력은 그대로다. 양효진·고예림·이나연·김주하 등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은 국내 선수 모두와 재계약했고, 지난 시즌 득점 4위에 오른 야스민도 붙잡았다. 주전으로 세 번째 시즌을 맞이한 세터 김다인, 지난 시즌 데뷔 처음으로 미들 블로커 부문 베스트7에 오른 이다현은 한 단계 더 성장한 모습이다. 현대건설은 앞서 치른 1라운드 1·2차전에서 다양한 공격 루트와 철벽같은 수비력을 보여줬다.
흥국생명도 김연경이 가세한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지난 시즌은 외국인 선수(켓벨) 의존도가 높았지만, 올 시즌은 김연경·옐레나·김다은에게 적절한 비율로 공격 기회가 배분되며 상대 블로커에 혼선을 주고 있다. 서브 리시브와 디그 능력이 좋은 김연경 덕분에 리베로 김해란의 부담도 덜었다.
흥국생명은 현대건설전에서 진정한 시험대에 오른다. 앞서 상대한 페퍼저축은행과 KGC인삼공사는 지난 시즌 중·하위권 팀이었다. 특히 현대건설처럼 미들 블로커 전력이 좋은 팀과의 제공권 싸움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주목된다. 올 시즌 주전으로 올라선 김나희와 5년 차 이주아가 좋은 컨디션을 보이고 있지만, 객관적인 전력은 양효진·이다현이 지키는 현대건설에 조금 밀린다. 키가 크고 블로킹 능력도 좋은 김연경과 김다은이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열세를 만회할 수 있을 전망이다.
김연경과 양효진의 만남도 눈길을 끈다. 두 선수는 그동안 한국 여자배구 국가대표팀을 이끌었던 대표 선수이자 절친한 선·후배 사이다. 지난 8월 열린 KOVO컵에서는 조별리그에서 다른 조에 편성된 탓에 경기가 성사되지 않았다. 김연경과 양효진이 다른 코트에서 서로를 마주 보고 경기를 치른 건 1년 8개월 만이다. 2020~21시즌 V리그 6라운드(2021년 3월 9일) 일전이 마지막이었다.
현대건설은 2020~21시즌 리그 최하위(6위)에 그쳤지만, 흥국생명전에선 3승 3패를 기록할 만큼 비등한 경기력을 보여줬다. 특히 양효진은 5·6라운드 두 경기에서 합계 31득점·6블로킹을 기록하며 맹활약했다. 김연경도 2020~21시즌 현대건설전 6경기에서 팀 내 최다인 134점을 올리며 빼어난 경기력을 자랑했다.
두 선수는 십수 년 동안 국가대표팀에서 한솥밥을 먹었다. 그만큼 서로의 강점과 약점을 잘 파악하고 있다. 김연경의 창과 양효진의 방패 중 어느 쪽이 더 단단한지 확인할 수 있는 경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