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손해보험(KB손보) 니콜라 멜라냑(23)이 매 경기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전임' 외국인 선수 노우모리 케이타를 지우고 있다.
지난 시즌 준우승팀 KB손보는 올 시즌(2022~23)을 앞두고 상위권 전력으로 평가받지 못했다. 팀 공격을 이끌던 외국인 선수 케이타가 이탈리아 리그 베로나로 이적하며 전력이 약해졌기 때문이다.
2020~21시즌 V리그에 데뷔한 케이타는 압도적인 공격력을 앞세워 득점 1위에 올랐다. 이전 두 시즌 연속 하위권에 머물렀던 KB손보를 정규리그 3위까지 끌어올렸다. 2021~22시즌엔 단일시즌 최다 득점 신기록(1285점)을 경신했고, KB손보를 정규리그 2위에 이어 챔피언결정전 준우승으로 이끌었다. 시즌 MVP(최우수선수)도 그의 차지였다.
케이타는 떠났고, 국내 선수 전력은 나아진 게 없었다. 그러나 KB손보는 올 시즌 초반 순항 중이다. 10월 22일 열린 대한항공과의 개막전에선 패했지만, 열세로 보였던 27일 한국전력전과 30일 OK금융그룹전 모두 승리했다.
그 중심에 경기를 거듭할수록 경기력이 좋아지고 있는 새 외국인 선수 니콜라가 있었다. 세르비아 리그 득점 1위 출신으로 기대받은 그는 대한항공전에선 범실 10개를 범하며 부진했다. 그러나 한국전력전에서 33득점(공격 성공률 58%), OK금융그룹전에선 올 시즌 개인 한 경기 최다 득점인 49득점(공격 성공률 62.69%)을 쏟아냈다.
OK금융그룹전에선 케이타 못지않은 맹활약을 보여줬다. 후위 공격만 21번 성공시킬 만큼 폭발적인 공격 능력을 보여줬다. 쉬지 않고 블로커 라인에 가세해 블로킹 4개를 기록하기도 했다. 서브 에이스도 4개나 해냈다.
니콜라는 개막 전까지 "힘은 탁월하지만, 기술은 더 나아져야 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날은 부정확한 세트를 몇 번이나 날카로운 스파이크로 연결하는 등 정교한 '손 기술'을 보여줬다. 5세트 5-6으로 지고 있던 상황에서도 KB손보 선수들이 간신히 살려낸 공이 백어택 라인 훨씬 뒤쪽으로 떠올랐다. 니콜라는 그대로 뛰어올라 득점을 만들어냈다. 스파이크 기술이나 완급 조절 능력에 대한 평가는 더 지켜봐야겠지만, 5세트에도 흔들리지 않는 집중력과 지치지 않는 체력은 분명 탁월해 보였다.
니콜라는 케이타만큼 인상적인 세리머니를 보여주기도 했다. 4세트까지 연속 득점을 해낸 뒤에도 표정 변화가 거의 없었던 그는 KB손보가 승기를 잡은 5세트 후반부터 기운이 달라졌다. 유니폼 상의를 벗어 던지며 환호했다.
니콜라는 냉정한 경쟁보다 경기 자체를 즐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세르비아 리그보다 열성적인 V리그 응원 문화에 감탄하기도 했다. 빼어난 퍼포먼스를 남기고 떠난 케이타와 계속 비교될 수밖에 없는 점에 대해서도 "내 배구에 집중할 것"이라며 개의치 않는 모습을 보였다. KB손보가 또 복덩이를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