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해 구축한 지자체, 소방 당국, 경찰 간 재난안전 통신망이 이태원 참사 당시에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김성호 행정안전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은 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중앙재난안전관리대책본부(중대본) 브리핑에서 "재난안전통신망은 버튼만 누르면 유관기관 간 통화를 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추고 있지만 이번에는 그 부분이 잘 작동이 안 됐다"고 말했다.
재난안전통신망은 경찰, 소방, 해양경찰 등 재난 관련 기관이 하나의 통신망으로 소통하는 전국 단일 통신망으로 세월호 사고를 계기로 필요성이 부각돼 지난해 구축 완료됐다.
정부는 이 통신망 구축에 1조5000여억원의 예산을 배정했다. 구축 당시 4세대 무선통신기술(PS-LTE)을 기반으로 재난안전통신망을 구축한 것은 한국이 처음이라고 홍보하기도 했다.
김 본부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사실 버튼만 누르면 통화그룹에 포함된 기관들이 다 연결해서 통화를 할 수 있지만 이번에는 그 부분이 작동이 잘 안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기관 내부에서의 통화는 이 통신망으로 원활히 이뤄졌다. 가령 경찰 단말기는 현장에 1500대가 있었고, 그 단말기들이 동시에 통화했고, 소방과 의료기관도 마찬가지로 통화에 이 통신망을 사용했다"고 부연했다.
기관 간 소통이 이뤄지지 않은 것에 대해 김 본부장은 "현장에서 활용하는 훈련을 하도록 하고 있는데, 그런 부분이 좀 부족하지 않았을까 싶다"고 답했다.
이태원 참사가 '육상 사고'로 분류돼 관련 경찰 112 신고가 행안부 중앙재난안전상황실로 접수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해상에서의 사고는 성격상 재난이 될 우려가 커서 해경의 정보가 112를 거쳐 행안부 상황실로 들어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육상에서의 112 신고는 재난과 다른 측면이 있어 법 체계상 보고 체계가 갖춰져 있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난달 29일 밤 윤희근 경찰청장은 심야에 잠들 때까지 참사 발생 사실을 몰랐던 것으로 나타났다.
4일 경찰에 따르면 윤 청장은 당시 토요일 휴일을 맞아 본가가 있는 충북 청주시를 방문해 오후 11시께 잠이 들었다.
잠이 든 뒤인 당일 오후 11시32분께 경찰청 상황담당관에게 인명 사고 발생 문자메시지를 받았으나 확인하지 못했고, 20분 뒤 다시 상황담당관의 전화가 왔지만 받지 못했다. 이튿날인 10월30일 오전 0시14분 상황담당관과 전화통화로 비로소 상황을 보고 받은 뒤 서울로 즉시 출발했고, 5분 뒤 서울경찰청장에게 전화로 총력 대응하라고 지시했다.
윤 청장이 참사를 처음 인지한 지 2시간16분 뒤인 10월30일 오전 2시30분에서야 경찰청에서 지휘부 회의를 주재한 것은 상경하는 데 시간이 걸렸던 탓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