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태는 이번 한국시리즈(KS) 첫 4경기 중 3경기에 등판, 1세이브 평균자책점 '0'을 기록했다. 불펜으로 3과 3분의 2이닝을 소화하며 1실점만 했다. 그나마도 비자책점이다. 왼손 투수 김재웅과 함께 홍원기 키움 감독이 승부처에 믿고 내는 '필승 ’카드'다. 그는 일간스포츠와 인터뷰에서 "그동안 계속 가을 야구할 때 못했다. 올해는 진짜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많이 준비했는데 자연스럽게 결과가 따라온 거 같다"며 멋쩍게 웃었다.
2016년 데뷔한 최원태의 첫 포스트시즌(PS)은 2019년이었다. 그해 11승을 따내며 3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를 따낸 주축 선발 투수로 PS 활약이 기대됐다. 하지만 준플레이오프(준PO)와 플레이오프(PO) 그리고 KS에 각각 1경기씩 선발 등판해 평균자책점 15.42(7이닝 14피안타 12실점)로 무너졌다. 3경기 평균 2.3이닝밖에 소화하지 못했다. 매번 조기 강판당하면서 불펜에 큰 부담을 안겼다.
특히 두산 베어스와 붙은 KS 4차전은 악몽 그 자체였다. 최원태는 2-0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2이닝 4피안타 3실점 했다. 키움은 3회까지 8-3으로 앞서던 경기를 9-11로 패해 시리즈 전적 4전 전패로 창단 첫 KS 우승 꿈이 날아갔다. 최원태는 두 번째 PS였던 지난해에도 부진했다. 두산을 상대한 와일드카드(WC) 결정 2차전에서 세 번째 투수로 등판, 1과 3분의 2이닝 4피안타 4실점 부진했다. 추격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으며 팀의 시리즈 탈락을 막지 못했다. 개인 통산 PS 평균자책점은 15.58까지 악화했다.
이번 가을 최원태를 향한 기대는 크지 않았다. 8월 23일 골반 통증 문제로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고 한 달 뒤 복귀해 선발이 아닌 불펜으로 뛰었다. 무엇보다 매번 반복한 '가을 부진' 탓에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했다. 최원태는 묵묵히 세 번째 PS를 준비했다. 그리고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대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KT 위즈와 준PO, LG 트윈스와 PO에서 총 5경기 등판, 평균자책점 1.59(5와 3분의 1이닝 1실점)를 기록했다. KS에서도 흔들림 없이 불펜의 중심을 잡고 있다. 5일 열린 시리즈 4차전에선 6-3으로 앞선 8회 초 2사 만루에서 등판, 1과 3분의 1이닝 1피안타 무실점 쾌투로 세이브를 챙겼다. 최원태의 활약 덕분에 키움은 시리즈 전적 2승 2패로 균형을 맞췄다. 최원태의 올 시즌 PS 평균자책점은 0.96(9와 3분의 1이닝 1실점)에 불과하다.
KS 4차전이 끝난 뒤 최원태는 "다들 고생을 하고 있으니까 나도 던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멀티 이닝이었지만 행복하다는 느낌이었다"며 "요즘 조금이라도 (팀에) 보탬이 되는 거 같다. 팬분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KS에 못 온 선수도 많지 않나. (2019년) 처음 할 때 너무 아쉬워서 올해는 휴식 기간에 잘 쉬었다. 트레이닝 파트에서 관리도 잘해주셔서 너무 감사하다"고 공을 돌렸다.
최원태의 원래 보직은 선발이다. 통산 승리가 60승. 그는 "페넌트레이스(정규시즌)할 때는 무조건 선발을 하고 싶다"면서도 "지금은 골반이 아파서 2군에 다녀온 뒤로 (투구) 개수가 부족해 불펜에서 던지고 있다. 당연히 선발로 뛰고 싶지만, 어디에서나 보탬이 되면 당연히 그 자리에서 뛰는 게 맞다. 보직 욕심은 없다"고 힘주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