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강민(40·SSG 랜더스)이 터트린 극적인 끝내기 홈런의 '숨은 조력자'는 이명기(35·NC 다이노스)였다.
김강민은 7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 한국시리즈(KS·7전 4승제) 5차전 2-4로 뒤진 9회 말 무사 1·3루에서 끝내기 스리런 홈런을 터트렸다. 2스트라이크로 볼카운트가 몰린 상황에서 키움 마무리 투수 최원태의 3구째 슬라이더를 받아쳐 3시간 14분 경기에 마침표를 찍었다. 시리즈 전적 3승 2패를 기록한 SSG는 6·7차전 중 한 경기만 승리해도 통합 우승이라는 대업을 달성하게 된다.
경기 뒤 김강민은 "(야구 경기를 하면서) 끝내기 홈런을 처음 쳤다. 시즌 때 쳤어도 이런 기분이었을까 그런 기분이 든다"며 "베이스를 도는데 아무 생각이 없었다. 기쁘다는 그 말밖에 할 말이 없다"고 감격스러워했다. 이어 "현재 KS에서 내가 맡은 역할이 '게임 체인저'다. 지고 있는 상황에선 중요한 순간 대타, 이기고 있을 때는 찬스 상황에서 대타로 나간다. 수명이 줄어드는 느낌"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러면서 흥미로운 홈런 비하인드 스토리를 하나 꺼냈다. 김강민은 "배트가 다 부러져서 이명기에게 배트를 받아왔다. 이명기 배트로 홈런을 쳤다. 고맙다는 기사를 꼭 서달라"며 껄껄 웃었다. 이어 "(줄곧 사용하던) M사 배트가 미국에서 오질 않았다. 한 자루 있던 배트가 부러졌는데 그것과 비슷한 모델을 구하다가 이명기한테 받았다. 너무 고맙다"고 재차 강조했다.
김강민이 이명기에게 배트를 요청한 건 KS 4차전을 패한 뒤였다. 이명기는 "마산에 방망이가 있냐고 연락이 왔는데 인천에 있다고 해서 드리게 됐다"고 말했다. 김강민과 이명기는 SK 와이번스 시절 한솥밥을 먹었다. 이명기가 2017년 4월 트레이드로 팀을 떠났지만, 인천 송도 이웃사촌으로 절친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명기는 창원 연고 NC 소속이지만 인천 토박이로 가족들이 여전히 인천에 거주 중이다.
배트가 필요할 때 가장 먼저 생각난 건 이명기였다. 김강민은 KS 5차전이 열리기 전 이명기의 집까지 직접 가 배트(33.5인치, 870g)를 받아왔다. 이명기는 "(서로 사용하는) 방망이 스타일이 똑같아서 오늘 (사용하기 편하게) 사포까지 갈아서 드렸다"며 "배트 두 자루를 무게까지 재서 드렸다. (홈런친 걸 보니) 나도 기분이 좋다"고 반가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