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현(34·SSG 랜더스)은 '우승 반지'와 인연이 깊은 선수다. 2007년 프로야구에서 데뷔한 첫해 한국시리즈(KS·7전 4승제) 3차전에 나서 당대 최고의 투수 다니엘 리오스를 꺾고 승리 투수가 됐다. 2패를 먼저 당했던 SK 와이번스(SSG의 전신)는 김광현의 승리를 분기점으로 창단 첫 우승을 달성했다. 이후 6년 연속 KS에 진출하는 등 7번의 KS에서 4번의 우승을 달성했다.
KS가 익숙하고, 우승이 익숙할 김광현에게도 7일 2022 KS 5차전은 극적이었다. 선발로 등판했던 김광현은 5이닝 3실점에 그쳤다. 이닝은 적었고 실점은 많았다. 초반부터 점수를 줘 분위기를 가져와야 할 에이스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대신 막판 타선이 터졌다. 8회 최정이 투런 홈런을 쳤고, 9회 대타로 나선 김강민이 끝내기 스리런 홈런을 기록했다. 더그아웃에서 간절하게 김강민의 타석을 지켜봤던 김광현은 타구를 확인하자마자 동료들과 함께 기쁨을 만끽했다.
단순한 기쁨은 아니었다. 제 역할을 하지 못한 데서 나온 죄책감도 섞여 있었다.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난 김광현은 "오늘 정말 마음이 무거웠다. 선취점을 1회에 주는 바람에 계속 경기가 끌려가는 데 대해 죄책감이 있었는데, 홈런 한 방에 날아갔다"고 기뻐했다. 그는 "그동안 우리 팀이 강하다는 평가에 부담감도 있었다. 아직 우승이 확정된 건 아니지만, 오늘 한 경기로 그 부담감도 다 털어낸 것 같아서 눈물이 났다"고 돌아봤다. 이어 “처음에 흔들려서 아쉽지만, 그래도 올 시즌 홈구장에서 한 번도 패전 투수가 되지 않았던 좋은 징크스가 (KS에서도) 작용해 좋은 결과로 끝난 것 같다”고 웃었다.
김광현은 "이렇게 눈물이 나는 경기는 처음인 것 같다. 야구하면서 기쁨의 눈물이 난다는 게 이런 기분이라는 걸 처음 느낀 것 같다"며 "그 정도로 극적이었다. 내가 구단주라면 강민이 형을 영구결번까지 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극적인 승리 덕분에 우승 가능성은 오히려 안정적으로 변했다. SSG는 8일 열리는 6차전에서 또 다른 에이스 윌머 폰트가 출격한다. 폰트는 정규시즌 키움전 평균자책점 0.62의 '키움 천적'이다. 다음으로 관심을 끄는 건 김광현의 등판 여부다. 김광현은 2008년, 2010년, 2018년 KS 우승이 결정되는 경기에서 각각 선발(2008년)과 마무리(2010년, 2018년)로 등판했다. 6차전 리드 상황에 등판해 '헹가래 투수'의 역할을 맡을 수도 있다.
김광현은 “감독님의 선택사항이다. 내일을 생각하셨는지, 7차전을 생각하셨는지에 따라 달렸다”면서도 “내가 힘이 떨어졌다고 생각했는지 오늘 10구 정도 빠르게 교체를 하셨다”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내가 안 던지고 강민이 형이 안 치고 이기는 게 베스트”라고 강조했다. 원칙대로 해도 승리할 '깔끔한' 우승을 기원한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