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할부금융 부문에서 점유율 확대에 박차를 가하던 카드사가 최근 시장의 자금경색 여파에 선뜻 영업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금리가 오르고 자금조달이 어려워지고 있어서다.
7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신한·삼성·KB·롯데·우리·하나카드 등 6개 전업 카드사의 지난 상반기 누적 할부금융 자산은 10조7977억원을 기록했다. 이중 자동차 할부금융 자산은 10조6460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8796억원 증가했으며 올해에만 1조1222억원 늘었다.
카드사별로 보면 신한카드가 지난 상반기 기준 자동차 할부금융 자산이 4조1205억원으로 전년 말 대비 2286억원 늘었고, 삼성카드는 5327억원을 기록해 전년 말 대비 1813억원 증가했다. 또 우리카드는 1877억원 증가한 1조7612억원을, 지난해부터 자동차 할부금융을 취급한 하나카드는 6676억원을 기록했다.
신한카드는 지난해 자동차 금융 종합 플랫폼 '신한 마이카'를 전면 리뉴얼하는 등 힘을 줘 왔다. 우리카드 역시 우리은행과 우리금융캐필탕 등 계열사와 함께 '우리원카'를 출시하고 신차는 물론 중고차와 신용대출까지 금융상품을 제공하고 나섰다.
하지만 최근 국내외 기준금리가 치솟고 할부 금리도 덩달아 높아지면서 자동차 할부금융 영업에 발목을 잡혔다.
여신금융업계에 따르면 이달 국내 주요 카드·캐피탈사의 신차 할부 금리는 6∼7%대(할부기간 60개월 기준) 수준으로 파악됐다. 이는 3~4개월 전과 비교하면 금리가 2배가량 뛰었다.
신한카드는 차량 구매 시 최저 6.54%, 현대카드는 6.6%의 할부 금리를 적용하고 있다. 또 삼성카드가 7.0%, 롯데카드가 7.9% 수준이다. 카드사 관계자는 "금리 상승기에 낮은 금리로 자동차 할부 고객을 유치하는 게 어렵다"고 말했다.
게다가 카드사들은 너도나도 자동차 할부금융 분야에서 몸집을 키워왔으나, 최근 레고랜드·흥국생명 사태의 여파로 채권 시장의 자금순환이 사실상 멈추면서 자금조달에 빨간불이 켜졌다.
여전채 금리(AA-, 3년물 기준)는 올해 초 연 2.634%에서 최근 6.285%까지 뛰어올랐다. 여전채 금리는 여전사 대출금리 산정의 기준이 된다. 이에 카드사와 캐피털사 등이 발행하는 기타금융채 순발행액은 지난해 14조8213억원에서 지난 4일 7조9133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이들 여전사는 수신 기능이 없는 탓에 채권 발행 등을 통해 돈을 빌려야만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카드사의 자금 조달 여건이 악화되면서 돈이 마르고 자연스럽게 키워오던 자동차 할부금융 영업이 줄어들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